고(故) 이희호 여사의 공동 장례위원장을 맡은 장상 전 국무총리서리는 오늘(12일) "이 여사님이 미투 운동에 대해 '여성들이 위축될 수 있으니 더 당당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장 위원장은 이날 오후 이 여사 빈소가 차려진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여사가 마지막으로 미투 운동에 관해 얘기했는가'라는 기자 질문에 "제가 직접 들은 얘기는 아니다"라면서도 이같이 전했습니다.
장 위원장은 "여사님의 주장으로 여성부(현 여성가족부)가 생겼다고 믿는다. 여성 인권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데 대해 엄청나게 분노하셨다"며 "결혼 전에 이미 여성문제연구회를 만드시기도 했다. 선각자였다"고 부연했습니다.
장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자신이 이화여대 학생이었던 1958년 대한여자기독교청년회(YWCA)연합회 총무로 활동하던 이 여사를 처음 만났다고 소개하며 둘 사이의 에피소드를 회고했습니다.
장 위원장은 "여사님은 외국에서 유학하고 온 아주 날씬하고 지성미가 철철 흐르는 분이었다"며 "그때부터 나는 여사님을 좋아하고 반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번은 YWCA에 갔는데 이사들이 앉아서 훌쩍거리고 있어 물으니 '희호가 시집을 가겠단다'고 했다"며 "이사들이 여사님을 너무 아까워했지만, 여사님은 '나는 그분을 사랑하고 존경하고 그분의 큰 꿈을 도와드리고 싶다'고 해 더 기가 차 했다"고 회고했습니다.
장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룬 일의 몇 분의 1은 여사님의 기여"라며 "김 전 대통령이 혼자 다 얘기하고 여사님은 얘기 안 하다가 생각이 다르면 '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데'라고만 해 대통령 권위를 인정해줬다"고 밝혔습니다.
장 위원장은 "여사님은 차가워 보이지만 얘기는 참 부드럽게 하셨다"며 "김 전 대통령도 '우리 이 여사가 나보다 더 단단해요'라고 했다. 여사님이 조용하게 단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또 "어느 날 '북한 아이들에게 주려고 장갑을 뜬다'고 하셔서 '그걸로 역사가 바뀌겠나'라고 했더니 웃으면서 '내가 장갑을 뜨는지 알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러 사람이 다 뜨기 시작해 지난번에 몇 박스를 (북한에) 보냈는지 모른다'고 했다"는 일화를 꺼냈습니다.
장 위원장은 "해방 직전 일제가 이화여대 문을 닫게 해 여사님이 이화여대를 2년밖에 다니지 못했다"며 "내가 이화여대 총장일 때 1944년 당시 사진을 이대 박물관에서 찾아 학적을 증명하고 수료증을 드렸더니 좋아하셨다"라고도 했습니다.
장 위원장은 "제가 2002년 국무총리 청문회에서 떨어지고 나서 여사님이 청와대로 부르셨다"며 "김 전 대통령도 같이 식사하는데, 여사님이 총리 안 하겠다는 장상을 불러 이렇게 고생을 시켰으니 얼마나 안 됐냐고 우셨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