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6월 11일 뉴스초점-무용지물 된 CCTV
입력 2019-06-11 20:07  | 수정 2019-06-11 20:47
서울 관악구에서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어린이집을 다녀온 2살과 3살 자녀의 몸에서 잇따라 상처가 발견됐습니다. 화가 난 엄마는 구청에 해당 어린이집을 신고했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구청이 해당 어린이집을 방문해 녹화된 CCTV를 확인하려고 했지만, 어린이집 측은 '고장 났다'며 보여주지 않았고, 결국 CCTV 영상 보관 의무 위반으로 과태료 75만 원만 물렸습니다.

4년 전,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의 무자비한 아동 학대가 폭로됐고 이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집 CCTV 설치가 의무화됐습니다. 그런데 CCTV가 설치되면 뭐할까요, 녹화 내용을 부모가 볼 수 없는데요.

어린이집이 '수리 중이다', '고장 났다', '조작 미숙으로 해당 영상이 사라졌다' 이러면서 보여주질 않아도 대처할 방법이 없습니다. 영상 열람권을 어린이집 원장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원장이 거부하면 볼 수 없는 겁니다. 아동학대를 증명할 수 있는 건 그 영상밖에 없는데 말이지요.

증거를 인멸하는 이유는 형량의 차이 때문입니다. 아동 학대는 징역형을 받거나 운영정지, 폐원을 해야 하지만 아이를 학대하고도 CCTV만 잘 망가뜨리면, 그리고 고의가 아니었다고 하면 관리 소홀로 그냥 벌금만 물면 되거든요. 이렇게 CCTV 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니 이를 대신할 초소형 어린이 안심 녹음기까지 등장을 했죠. CCTV 관리 소홀에 대한 처벌을 아동 학대만큼 강화해 달라는 국민청원도 등장했습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경찰은 피해를 의심하는 부모가 '정보공개청구' 방식으로 경찰서에 열람을 요청할 수 있게 했고, 'CCTV 열람의 날'을 만들어서 특정 날짜에 부모들에게 영상을 공개하게 하는 지자체까지 등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한 진짜 이유는 학대가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거죠. 나아가 어린이들에게 제대로 된 보육환경을 제공하는 겁니다. 현재처럼 보육교사들의 열악한 처우는 그대로 둔 채 CCTV만 손본다고 진짜 문제는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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