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뉴스&분석] 외국인 채권 매수 최대…리스크도 커져
입력 2019-06-10 17:54  | 수정 2019-06-11 01:51
◆ 외국인 채권 보유 사상최대 ◆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상장채권 투자액이 최근 3개월 새 9조원 이상 급증하면서 보유금액이 사상 최대치인 119조원을 넘어섰다. 미·중 무역분쟁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채권투자가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시적으로 증가한 단기 투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채권가격과 함께 원화값마저 하락하는 등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외국인의 채권투자 급증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리스크로 급부상하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외국인의 상장채권 보유액이 119조2000억원을 기록해 전달 대비 7조760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외국인은 지난달 상장채권 시장에서 11조3000억원어치를 사고 1조5000억원어치를 팔았다. 이 중 2조7000억원어치는 만기 상환액으로 순투자액은 7조760억원으로 조사됐다.
외국인의 상장채권 역대 최대 보유액은 지난해 8월 114조3000억원이었으나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올해 들어 외국인 채권 보유액은 2월 말 109조9750억원까지 감소한 뒤 이후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상장채권 보유액 비중은 1월 6.4%에서 지난달 6.7%까지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채권매수 외국인 자금이 단기 투자 성격이 강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단기 변동을 이용해 한국의 안정적인 자산에 투자한 뒤 일시에 자금을 빼버리면 국내 채권가치나 원화가치가 하락하면서 단기적인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의 한국 채권 매수는 룩셈부르크나 미국 등 재정 거래를 많이 하는 곳의 비중이 높다고 추정하고 있다"며 "한국 펀더멘털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투자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원화가치 하락에 따라 외국인이 앉아서 돈 벌 투기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외환당국에서도 투자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외국인 채권 보유가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대외건전성이 괜찮다는 판단 때문"이라면서도 "환율, 외환스왑 등 재정 거래를 노리고 들어온 단기 자금의 변동성이 커질 것에 대비해 유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금융센터는 6월 월례보고서에서 "최근 자금 일부는 금리 인하에 베팅한 일시적 유입 자금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희영 기자 /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