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6월 6일 뉴스초점-남녀 변기수 입법 논란
입력 2019-06-06 20:02  | 수정 2019-06-06 20:27
오늘은 좀 불편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화장실 얘기입니다. 고속도로 휴게소나 공연장, 경기장에서, 유독 여성 화장실 앞에 길게 늘어선 줄 본 적 있으시죠.

2004년 공중화장실법이 제정되면서 좀 늘긴 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도 여성 화장실은 남성의 62%로 많이 모자랍니다. 이 때문에 올 초, 법을 좀 수정해 천 명 이상이 사용하는 공중화장실엔 여성용 변기를 남성용 대소변기 수의 2배 설치하라는 법이 발의됐습니다.

그런데 원래 의도는 그렇지 않았겠지만, 숫자로 맞추다 보니 여자 화장실 수가 느는 게 아니라, 되레 남자 화장실 수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생겨버렸습니다. 건축주 입장에선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여성용 변기 수를 늘리는 것보다남성용 변기 수를 줄이는 게 더 쉽거든요. 그래서 남성들은 공간이 남는데도 놓지 않는 변기를 갖고 성차별을 논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1970년대 초 미국에선 화장실 평등법을 처음 만들 당시 무조건 여성 화장실을 늘리라고만 해 미식축구 경기장에서 남성들이 화장실 앞에 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었거든요. 미식축구 팬은 대부분 남성이라는 걸 생각지 못한 건데, 지금의 우리와 똑같지요. 이후 미국은 극장이나 전시회장은 남성 125명당 변기 1개, 여성은 65명당 1개, 레스토랑은 남녀 모두 75명당 1개로, 건축물을 용도별로 구분한 뒤 이용자 수에 따라 설치 기준을 정했습니다. 영국은, 상점의 경우 주 고객 비율을 따져 변기 수에 차이를 두도록 하고, 중국도 마찬가집니다.

모자란 건 더 만드는 게 맞습니다. 그럼 어디에, 얼마나 모자란가를 확인하는 게 우선 아닐까요. 남녀가 같이 살고 있는 사회지만 장소에 따라 남녀 이용객이 다르고, 그 수도 다른 만큼 좀 더 꼼꼼하게 법을 만들었어야지요. 국회는 언제 열릴지도 모르는데, 한 번 만들 때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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