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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향한 투쟁과 자유”…제23회 서울인권영화제 [6월국내영화제②]
입력 2019-06-06 14:01 
제23회 서울인권영화제 포스터 사진=서울인권영화제
자본에 거리를 두고 사람과 삶이 있는 영화 발굴을 추구하는 서울인권영화제가 올해로 벌써 23회를 맞았다. 열악한 환경에도 오직 인권만을 위해 달려온 영화제인 만큼 매해 개막이 반갑다.

제23회 서울인권영화제는 오는 9일까지 ‘적막을 부수는 소란의 파동이라는 슬로건 하에 진행된다. 인권운동사랑방이 지난 1996년부터 주최하고 있는 무료 영화제로, 올해는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총 25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자고로 영화제라면 그럴싸한 상영관 몇 개라도 갖추어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품은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서울인권영화제가 거리 상영을 이어오는 이유는 영화제 측의 신념과 관련이 깊다.

이 영화제는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다. 그 어떠한 심의와 추천, 등급분류를 거부하기 때문에 상영관의 대관이 쉽지 않다. 결국 2008년부터 거리 상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으며 현재까지도 정부나 기업의 후원을 받지 않고 있다. 권력과 자본에 의해 영화제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오로지 후원활동가와 자원활동가들의 힘만으로 유지되어온 서울인권영화제는 적극적인 투쟁의 현현이다.

영화 ‘공동정범 ‘잇다, 팔레스타인 스틸컷 사진=서울인권영화제

올해 개막작은 김일란, 이혁상 감독의 ‘공동정범이다. 지난 2009년 1월 20일 발생한 용산참사를 소재로 한 ‘공동정범은 공동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공동의 피해와 기억을 가진 피해자들이 어떻게 기억하고, 갈등 혹은 치유하며 투쟁해 가는지를 보여준다.

폐막작은 팔레스타인 출신 캐롤 만수르 감독의 다큐멘터리 ‘잇다, 팔레스타인으로, 전통 자수를 통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정체성을 이야기한다. 이주노동자, 난민, 환경, 정신 건강, 전쟁과 기억, 건강권 및 아동 노동 등 인권과 사회 정의 문제들을 주로 다뤄온 감독의 시선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서울인권영화제는 첫 번째 무료상영, 두 번째 장애인접근권 확보라는 명확한 상영원칙을 가진다. 철저한 비영리 영화제인 만큼 시민을 위한 인권교육을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국적 등 모든 걸 불문하고 누구나 인권영화를 접할 수 있도록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대부분 영화관은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비단 영화관뿐 아니라 세상을 이루는 많은 요소가 비장애인의 편리를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비장애인 중심적이다. 이에 서울인권영화제는 장애인 접근권 확보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스크린 접근조차 막는 계단, 방지턱이 없는 거리에서 작은 첫 걸음이 시작됐다. 또한 청각장애인도 불편함 없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국내작품에도 한글자막을 넣어 상영한다. 모든 해외작품에도 한글자막이 있으며, 개막식과 폐막식에서는 문자통역 또는 수화통역을 진행한다.

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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