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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무주산골영화제, 초록빛 낭만으로 물든 숲속 극장 [6월국내영화제①]
입력 2019-06-06 14:01 
제7회 무주산골영화제 사진=무주산골영화제
설렘 가득한 영화소풍길을 따라 걷다보면 초록빛 낭만으로 물든 세상이 펼쳐진다. 많은 것들이 시시각각 변하는 요즘, 낭만은 사치처럼 느껴지지만 무주에서만큼은 모든 게 낭만이다.

‘설렘, 울림, 어울림이 슬로건인 제7회 무주산골영화제가 오는 9일까지 전라북도 무주군 일대에서 열린다. 25개국 101편 작품이 창(窓), 판(場), 락(樂), 숲(林), 길(路) 등 총 5개 프로그램에 알차게 담겼다.

올해로 일곱 살이 된 무주산골영화제는 극단적인 양극화와 넷플릭스, 마블로 대변되는 한국영화산업의 현재에 놓인 게 사실이다. 이에 작은 영화제의 의미를 되짚고 맡은 바 역할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는 포부가 이번 영화제에 빼곡하게 담겼다.

◇ 가장 파격적인 개막작의 탄생 ‘불가사리 힙합 리부트(ft. MC메타)

무주산골영화제는 지난 2013년 제1회 영화제의 막을 올린 이후 매년 여러 고전영화와 다양한 음악 장르 결합을 통해 재창조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런 점 때문에 무주산골영화제만의 특별한 개막작 전통이 이어질 수 있었고, 독창적 색깔의 발현이 가능했다.

올해 개막작은 더욱 새롭고 파격적인 모습을 제시한다. 1985년 북한에서 만들어진 괴수영화 ‘불가사리(감독 신상옥, 정건조)와 힙합 음악이 만나 재탄생된 ‘불가사리 힙합 리부트(ft. MC메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영화 ‘불가사리 스틸컷 사진=무주산골영화제

우선 ‘불가사리는 신상옥 감독이 북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제작하던 중 북한을 탈출하면서 미완으로 남게 된 영화를 북한의 정건조 감독이 완성한 영화다. 의도치 않게 남북한 영화감독이 함께 완성한 최초의 영화라는 점이 관객들의 흥미를 돋운다. 물론 현대 상업영화 틀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다소 어설픈 만듦새에 실소를 터뜨릴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 매체의 원초적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번 개막작은 지난 6년간 총 네 편의 개막작 총연출과 공동연출을 맡아온 김태용 감독과 윤세영 감독이 다시 한 번 만들어냈다. 이와 더불어 색다른 에너지를 불어넣는 힙합 음악의 전체적인 조율과 새로운 시도는 MC 메타가 맡았다. 이들은 스크래치 디제이와 래퍼를 중심으로 90년대 붐뱁, 재즈랩부터 최신 트렌드를 망라하는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영화 속에 구현했다.

이 특별한 영화가 상영되는 공간도 흥미롭다. 낮에는 강렬한 햇빛이, 밤에는 별이 쏟아지는 무주의 등나무운동장에서 관람하는 ‘불가사리 힙합 리부트(ft. MC메타)는 세상 둘도 없는 짜릿한 영화적 경험이 된다.

영화 ‘월-E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너의 이름은. ‘M 스틸컷 사진=무주산골영화제

◇ 이보다 좋을 순 없다, 35mm 필름 영화상영(ft. 숲속 극장)

무주산골영화제의 특이점은 이미 공개된 영화를 상영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지점이 관객으로 하여금 적극적인 참여를 가로막거나 흥미도를 낮춘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영화의 지평을 넓힌 동시대 작품 10편을 통해 한국독립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을 상기하면 걱정의 시선은 결국 기우에 불과하다. 올해는 강상우 감독의 ‘김군, 김보라 감독의 ‘벌새, 한가람 감독의 ‘아워 바디, 이옥섭 감독의 ‘메기 등이 관객과 만난다.

특별한 영화적 경험인 35mm 필름 영화상영도 변함없이 자리를 지킨다. 덕유산국립공원 대집회장에 마련된 이후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낭만적인 야외상영장이라는 호평을 받아온 숲속 극장에 총 3일에 걸쳐 35mm 필름이 펼쳐진다. ‘영화 ‘숲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최고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영화 ‘월-E(감독 앤드류 스탠튼), 극한까지 탐미적 이미지 메이킹을 밀어붙인 ‘형사 Duelist ‘M(감독 이명세), 최고의 음악영화 ‘어거스트 러쉬(감독 커스틴 쉐리단), 류이치 사카모토의 삶과 음악 세계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감독 스티븐 쉬블) 등이 35mm 필름으로 상영된다.

배우 박정민 ‘넥스트 액터 선정 사진=무주산골영화제

◇ 박정민·고아성→최희서·정하담, 화려한 GV 라인업

관객과의 대화(GV)는 모든 영화제의 별미다. 무주산골영화제는 올해부터 ‘넥스트 액터 섹션을 신설해 활기를 불어넣었다. 첫 ‘넥스트 액터의 영예는 2011년 영화 ‘파수꾼(감독 윤성현)으로 데뷔한 배우 박정민에게 돌아갔다.

이에 박정민은 영화제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남사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무주산골영화제의 즐길거리나 놀림감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섹션을 신설한 만큼 올해 무주산골영화제는 GV 및 산골토크 행사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영화제 기간 동안 총 31회에 걸쳐 진행되는 토크 행사에는 영화감독 및 배우, 영화평론가 등 70여 명에 달하는 각 분야의 영화 전문가들이 무주를 찾는다.

박정민을 필두로 최희서, 구교환, 최수영, 고아성, 정하담, 김예은, 안지혜, 타나카 슌스케, 곽진무, 곽민규, 김혜나 등이 관객과 만난다. 뿐만 아니라 이명세 감독과 이옥섭 감독, 한가람 감독, 조민호 감독, 장건재 감독 등도 다양한 영화적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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