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수단 반정부 시위대 100여명 사망…나일강에 시신 40여구 던져"
입력 2019-06-06 12:59  | 수정 2019-06-13 13:05


아프리카 북동부 수단에서 권력 이양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군부의 무력진압으로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입니다.

AP, AFP,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수단 시위대에 대한 유혈 진압이 시작된 지 사흘째인 현지시간 어제(5일), 현재까지 최소 108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야권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습니다.

야권 의사단체 '수단의사중앙위원회'는 이날 오후 시신 8구를 추가로 수습했다고 밝혔습니다. 사흘간 발생한 부상자는 최소 509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앞서 보안군들이 지난 3일 아침 하르툼의 국방부 청사 앞에서 연좌 농성을 하던 반정부 시위대를 해산하려고 실탄을 발사하면서 사상자가 속출했습니다.


지난 3일과 4일 하르툼뿐 아니라 인근 도시 옴두르만에서도 군인들의 총격으로 사망자가 대거 발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시위 진압에 투입된 수단 비정규 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목격담이 이어지면서 실제 사상자 수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수단의사중앙위원회는 전날 수단 수도 하르툼의 나일강에서 시신 약 40구가 수습됐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RSF 대원들이 시신 40여구를 군용 트럭에 싣고 가는 모습을 봤다는 시위대와 시민의 목격담도 나왔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진압 첫날 RSF 대원들이 사상자들을 나일강으로 던지는 모습을 봤다는 시민들과 야권 활동가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카르툼의 한 간이 치료소에서 부상자들을 치료하던 한 의사는 RSF 대원들이 새벽 4시쯤 시신 10구를 강물에 던지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습니다.

야권 관계자들은 발목에 콘크리트 덩어리가 달린 채 강물에서 수습된 시신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말 알-자인이라는 한 야권 활동가는 연좌 농성이 벌어진 곳 인근 나일강에서 시민들이 시신 수십구를 건져 병원 영안실에 안치했다며, "일부 시신에는 탄흔이 있었고 다른 이들은 얻어맞고 강에 던져진 것으로 보였다"고 AP에 전했습니다.

RSF는 2003년 수단 서부 다르푸르 지역 자치권을 요구하는 기독교계를 주축으로 한 반군과 정부 간 무력 충돌에서 시작된 다르푸르 내전 당시 성폭력, 고문, 학살 등의 전쟁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친정부 민병대로 구성됐습니다.

이번 시위 진압 과정에서도 RSF 대원들이 시위 부상자를 치료 중인 병원이나 거리에서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외신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시위 참가자가 여전히 많아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수단 국영 SUNA 통신은 보건부 장관의 발언을 인용해, 현재까지 사망자는 46명으로 집계됐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수단 과도군사위원회(TMC)의 압델 파타 부르한 위원장은 이날 국영 TV에서 "우리는 국가의 이익을 위해 모든 정당과의 협상에 열린 마음"이라며 야권에 대화를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시위를 주도하는 '수단직업협회'(SPA)는 무력 진압을 이어가는 군부와의 협상을 "전면 거부한다"며, 군부에 계속 맞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수단직업협회 대변인은 "바르한과 그의 부하들은 수단인들을 살해했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며 "우리는 시위와 저항, 파업, 시민 불복종 운동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수단의 유혈사태가 심화할 조짐을 보이자 국제사회는 군부의 유혈 진압을 규탄하면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미국은 최근 수단 시위대에 대한 공격을 규탄한다"며, 수단 군부에 유혈 진압을 중단하고 시위대와 대화를 재개할 것으로 촉구했다고 AFP는 전했습니다.

이슬람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이날 성명을 내 "많은 사상자를 초래한 수단 상황을 매우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며, 수단 내 당사자들이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지난 4월 수단 군부는 30년 동안 통치한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을 권좌에서 축출했습니다.

이후 군부는 '문민정부' 구성을 촉구하는 야권과 권력 이양을 놓고 협상을 했지만, 과도통치기구 구성 문제로 난항을 겪다 야권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유혈 사태를 빚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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