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6월 5일 뉴스초점-식약처 '사과'했지만…
입력 2019-06-05 20:10  | 수정 2019-06-05 20:42
유전자 치료를 통해 손상된 연골을 근본적으로 복구시킨다는 약 '인보사'. 제대로였다면 정말 획기적인 신약이었죠. 국내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딱 걸린 겁니다. 검사 과정에서, 연골세포로만 이뤄졌다는 제조사의 말과 달리, 제조 과정에서 걸러졌어야 할 다른 세포 유전자가 나왔거든요. 환자에게 투여하면 종양이 생길 수도 있다니, 말 그대로 혹 떼려다 혹 붙일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어떻게 우린 시판까지 할 수 있었을까요.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몰랐다고 했고, 식약처는 자신들도 허위 서류에 속았다며 억울해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석연치 않습니다. 아무리 허위 서류가 올라갔다고 하더라도 그걸 걸러내야 할 의무는 식약처에 있는 거니까요. 우리도 몰랐다, 우리도 속았다, 그래서 허가를 내줬다? 그럼 미국에서는 어떻게 그걸 알아내 판매 금지를 했을까요?

더구나 인보사는 2017년 4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연골재생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던 약입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두 달 만에 '불허'에서 '찬성'으로 바뀌었고, 식약처는 허가를 내줬죠. 그래서 식약처가 부정적 의견을 냈던 심의위원을 교체한 뒤 허가를 내준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고 있는 겁니다.

검찰이 어제 압수수색을 하고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결국 오늘 식약처장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판매 중지 66일 만입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투여 환자들은 15년간 장기 추적조사를 하겠다고 밝혔죠. 하지만 환자들에게 앞으로 어떤 부작용이 얼마나 크게 나타날지 아무도 모르는,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입니다.

식약처는 뭔가 착각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너무나도 간단해진 유전자 검사 한 번 안 해보고 서류만 심사해 신약 허가를 내주는 것으로 끝난다면, 속은 게 아니라 무책임한 거죠. 도대체 소를 몇 번이나 잃어야 외양간을 고치겠습니까.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