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인컴·채권ETF·金…`피난처 펀드`가 뜬다
입력 2019-06-05 17:40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피난처 펀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한 방'보다는 꾸준한 수익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투자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인컴펀드, 채권의 비유동성까지 보완한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 금에 투자하는 금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5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인컴펀드 70개에 자금 6212억원이 순유입됐다.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하는 43개 테마펀드 가운데 퇴직연금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돈이 몰렸다. 두 번째로 유입액 많은 테마펀드는 국내 채권 ETF로 올해에만 5639억원이 들어왔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9438억원이 순유출된 것과 대조된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등 정치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증시 변동성이 커졌다"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컴펀드는 채권, 고배당주, 부동산 등에 투자해 수익을 쌓는 펀드다. '대박'은 없지만 리스크가 낮은 상품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 올해 들어 인컴펀드 평균 수익률도 6.7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럭셔리 펀드(12.9%)나 인프라 펀드(12.91%) 등에 비해서는 낮지만 펀드 전체로 보면 평균 이상 수익을 올리고 있다. 3년(9.36%)과 5년(15.8%)으로 기간을 늘리면 성과가 더 우수하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불확실성 시대에서 재테크 트렌드는 한 방이 아닌 또박또박 연간 4~6% 수익을 내는 것"이라며 "위험한 투자로 변동성에 노출되기보다 복리로 지속적인 수익을 쌓아가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인컴펀드는 투자하는 자산에 따라 수익성과 변동성이 다르다. 펀드 가입 전에 어떤 상품을 담는지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예컨대 하나UBSPIMCO글로벌인컴펀드는 글로벌 채권에 주로 투자한다. 반면 피델리티글로벌배당인컴은 전 세계 기업 중 재무제표가 안정적이고 시장에 민감하지 않은 50~60개 기업 주식을 편입한다.
ETF 시장에서는 채권형 ETF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3개월 기준 5354억원, 1개월 기준 3295억원, 일주일 기준 1349억원이 국내 채권 ETF로 순유입됐다. 지난 3개월간 국내 주식 ETF에서 7387억원, 해외 주식 ETF에서 1384억원이 각각 순유출된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고 국내 증시가 요동치자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에 자금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채권형 ETF는 기존 채권의 단점인 비환금성을 보완했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주식처럼 상장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언제든 사고팔 수 있다. 불확실성을 우려한 투자자 입장에서 안전성·유동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투자처인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채권은 만기가 있어 매수 후에는 유동성이 떨어지지만 ETF는 소액으로 언제든 사고팔 수 있다"며 "ETF 시장에서 채권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익률은 높지 않지만 꾸준하다. 올해 수익률이 1.09%로 국내 주식 ETF(0.91%)보다 조금 앞선다. 하지만 1년 기준 수익률이 2.33%로 -16.6%를 기록한 국내 주식 ETF 대비 우수하다. 5년 기준 수익률도 10.1%로 다른 펀드와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
수익률이 가장 높은 국내 채권 ETF는 키움KOSEF10년국고채레버리지로 연초 이후 수익률이 5.26%다. 가장 낮은 것은 같은 기간 -2.57%를 기록한 KBSTAR헬스케어채권혼합펀드다.
금펀드는 '스테디셀러'로서 면모를 뽐내고 있다. 지난 1년간 358억원, 연초 이후 98억원, 지난 3개월간 55억원이 순유입됐다. 일반 금거래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금펀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최근 국제 금값이 반등하면서 1개월 수익률이 3.53%를 기록하고 있다. 1개월 기준으로 43개 테마펀드 중 수익률이 세 번째로 높다. 증권가에서는 금값의 추가적 상승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이후에는 세계 경기가 확장 국면 후반부(레이트 사이클·Late Cycle)에 접어들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기 확장 마무리 국면에서는 안전자산 내에서도 금의 성과가 돋보였다"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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