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강사법' 앞두고…교육부 세부기준 마련 소극적, 대학은 꼼수 대응
입력 2019-06-05 07:43  | 수정 2019-06-12 08:05

오는 8월 대학 시간강사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목표로 한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 시행을 앞두고 어제(4일) 시행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제도 정비가 사실상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강사법의 목표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를 두고 우려가 여전합니다.

정부가 민감한 부분에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대학은 재정부담을 호소하며 '꼼수'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오늘(5일) 교육계에 따르면 강사법과 관련해 대표적인 논란거리가 '방학 중 임금'입니다. 강사법은 강사가 개강 전 수업준비와 종강 후 성적처리 등을 위해 방학 때도 일을 한다는 점을 고려해 방학 중 임금을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교육부는 수업준비와 성적처리에 각각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보고 이를 기준으로 오는 2학기 방학 중 임금 지원예산 288억원을 확보해둔 상태입니다.

그러나 교육부는 지원예산 산출에 적용한 '방학 중 2주간 임금 지급'이라는 기준을 법령이나 실무지침 격인 '대학 강사제도 운용 매뉴얼'에 적시하지 않았습니다. 대학과 강사단체 간 합의가 안 됐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교육부는 특히 임금수준 등 방학 중 임금의 '구체적 사항'을 대학과 강사 간 임용계약에 맡겼습니다. 이 때문에 대학별 임금 액수와 지급 기간 등 차이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대학과 강사 양측에서 나옵니다.

실제 연간 단위로 강사 계약을 맺는 점을 이용해 방학을 뺀 8개월분 임금을 12개월로 나눠 지급하는 방식으로 마치 방학 때도 임금을 주는 것처럼 하기로 한 대학도 있다고 강사들은 전했습니다.

제도 안착을 위한 '마중물'격인 예산지원이 언제까지 이뤄질지도 미지수입니다. 일각에서는 사립대 강사의 임금까지 세금으로 줘야 하느냐고 비판합니다.


신규 박사학위 취득자 등 학문후속세대를 위해 임용할당제를 도입하면서 '할당률'을 정하지 않는 점도 논란입니다.

주요 사립대 중 처음 법 취지에 맞춰 강사공채를 시작한 고려대 경우 1천318개 강좌의 강사를 모집하면서 6.75%인 89개 강좌에만 '학문후속세대 우대'를 명시했습니다.

지방 국립대 A 교수는 "3년간 재임용을 보장하다 보니 이제 막 자리를 잡아야 하는 신진연구자들에게는 기회가 수년간 없을 수도 있다"면서 "자칫 강사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교육부는 강사의 직장건강보험 가입 문제도 "보건복지부와 협의하겠다"는 입장만 밝힌 채 미온적입니다.

대학들은 법 취지를 따르기보다는 강사를 해고한 뒤 대형강의를 늘리고 전임교원에 강의를 더 맡기는 '꼼수'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강사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던 2011년부터 작년까지 시간강사는 9만231명에서 6만1천639명으로 2만8천여명 감소했습니다.

물론 같은 시기 대학생도 284만2천여명에서 268만9천여명으로 감소해 온전히 강사법 탓에 대학이 강사를 줄였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195개 대학의 작년과 올해 1학기 강의개설 현황을 비교했을 때 수강생이 50명을 넘는 대형강의는 2천888개 증가(3만9천669개→4만2천557개)하고 강사가 맡은 강의 비율은 3.7%포인트 감소(22.8%→19.1%)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학이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강사해고를 단행한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교육부 역시 강사법 때문에 강사 자리가 최소 1만개는 준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역시 돈입니다.. 대학들은 강사법 제정에 따른 재정 부담을 이유로 듭니다. 사립대 경우 연간 부담하는 시간강사 강의료는 2017년 기준 3천600여억원인데 여기에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 4대 보험료까지 부담하기에는 벅차다는 것입니다.

학생 감소에 따라 대학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대학의 추가 재정부담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만큼 강사법 시행을 계기로 사실상 강제되고 있는 등록금 동결 정책 기조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그러나 학교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학들이 8조원이 넘는 수익용 기본재산(152개 사립대)을 보유하고 1인당 연간 평균 670만원의 등록금(196개 4년제 대학)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정 부담을 이유로 내거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대학가에서는 강사법 시행을 계기로 고등교육재정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는 지난해 기준 1만109달러(약 1천195만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만5천656달러)을 밑돌며 32개 회원국 중 26위에 그쳤습니다.

이정미 충북대 교수는 지난 1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총회에서 발표한 '고등교육 혁신을 위한 대학재정 확보방안'에서 "학생 1명당 고등교육비가 OECD 평균의 60% 수준"이라면서 "(그런데) 강사법 시행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증가하고 국제화와 온라인콘텐츠·플랫폼 구축 등에 들어가는 비용도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고등교육 재정확보 방안으로 고등교육법 등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 명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등을 제안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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