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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정의 직구리뷰]철부지 매력의 ‘롱 리브 더킹’, 철든 엔딩은 독
입력 2019-06-05 07:40  | 수정 2019-06-05 08:33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덜 자란, 순수하고도 촌스럽고, 그래서 볼수록 자꾸만 중독되는, 철부지 B급 매력이 듬뿍 담겼다. 멜로와 액션, 느와르를 아우르는 김래원의 넓은 스펙트럼을 영리하게 활용했다. 다만 후반부를 기점으로 급작스럽게 늙어버린 철든 엔딩은 옥에 티다.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의 신작으로 주목 받고 있는 ‘롱 리브 더 킹 : 목포 영웅은 ‘거대 조직 보스가 시민의 영웅이 된다는 원작 웹툰의 설정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거대 조직의 보스로 거침없이 살고 있는 장세출(김래원)은 철거 용역으로 나간 재건설 반대 시위 현장에서 만난 걸크러쉬 변호사 강소현(원진아)에게 반해 ‘좋은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는다.
한 번 마음먹으면 끝까지 가는 남자, 그런 상 남자의 가슴에 붙은 불은 꺼질 줄 모르고 활활 타오르고, 장세출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버스 추락 사고에서 온몸을 던져 시민을 구하며 일약 영웅으로 떠오르게 되고,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국회의원에 출마하게 된다.

그의 지지율이 높아질수록 유력 후보였던 반대파 후보 최만수(최귀화)는 불안해지고, 결국 판의 흐름을 바꾸고자 장세출의 라이벌 조직 보스인 조광춘(진선규)와 손을 잡고 음모를 계획한다. 주먹판보다 더한 선거판에 뛰어든 장세출은, 통쾌한 역전극을 성공하고 사랑도 얻을 수 있을까.
김래원은 타이틀 롤다운 존재감과 출구 없는 매력으로 안정적으로 극을 끌고 나간다. 조직 동료들과의 끈끈한 케미부터 ‘멜로 장인다운 상남자의 순정을, 적재적소에 보여주는 카리스마 그리고 거친 모습 뒤에 숨겨진 따뜻한 심성과 은근히 귀여운 허당미까지. 인물의 드라마틱하고도 파란만장한 여정을 완벽한 완급조절과 깊은 내공으로 생동감 있게 완주해낸다.
작품 전반에 깔려 있는 멜로 라인은 그 분량이 아쉬울 정도로 흡입력을 더하고 여기에 입혀진 조폭 캐릭터들 역시 친숙함 속의 한 끗 변주로 오락성을 한껏 드높인다. 마동석의 강펀치와 비밀리에 스카웃된 ‘돼지 삼인방의 활약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이 영화의 킬링 포인트다.
다만 주요 서사인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어쩔 수 없이 신선했던 설정과 스피드 한 전개, 저마다 살아있던 캐릭터는 점점 힘을 잃고 밋밋해진다. 늘 봐왔던 정치판의 검은 네트워크, 선거전의 뻔한 비방전과 작위적인 갈등 그리고 극명한 선악 대비와 영화 전체를 감싸고 있는 B급 감성과는 따로 노는 진부한 엔딩, 무리수 마무리까지.
멜로와 액션, 드라마까지 중반부까지만 해도 빵빵 터지던 오락물이 후반부에 접어들자 급작스러운 휴먼 감동 드라마로 경로를 틀어버린다. 이에 따라 메시지를 다루는 촌스러운 듯 통통 튀던 기존의 방식도 지나치게 일차원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바뀌어 버린다. 순정으로 시작된 한 남자의 성장이 순식간에 위인의 경지에 이르니 몰입도는 깨지고, 응원의 마음은 반감된다. 갑자기 선명하게 주입되는 메시지는 오히려 거북스럽게 다가오기도.
김래원의 인생 연기에 감탄하며, 한참을 웃고 즐겼음에도 불구하고 마무리에 대한 강한 아쉬움은 지울 수가 없다. 빠져들 수밖에 없는 초입부에 비해 엔딩과 함께 그 매력에서 쉽게 빠져 나올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입체적인 김래원에 비해 평면적이고 흡입력이 약한 여주 원진아의 존재감 또한 아쉽다.
신선한 설정,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가 솔솔 하지만, ‘세상을 바꾼다는 거창한 슬로건과는 매치되지 않는다. 오는 19일 개봉한다.

kiki202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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