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차선 왜 안 보이나 했더니…부실 도색 업자·공무원 무더기 입건
입력 2019-06-04 11:27  | 수정 2019-06-11 12:05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시내 도로의 차선 도색을 부실하게 한 업체 대표와 이를 묵인하고 허위로 공문서를 작성한 공무원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전북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은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A 씨 등이 운영하는 도색업체 20곳과 무면허 하도급 업체 9곳의 대표 2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오늘(4일) 밝혔습니다.

경찰은 또 부실시공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준공검사를 내준 혐의(허위공문서작성)로 전주시 소속 공무원 B 씨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A 씨 등 업체 대표들은 지난해 전주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21억원 상당의 차선 도색공사 24건을 맡아 원가를 줄이려고 자재를 적게 사용하는 등 부실시공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야간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차선에서 반사 빛을 내게 하는 유릿가루를 도색 페인트에 적게 섞거나 값싼 자재를 사용해 원가를 낮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부실시공한 도로 중에는 초등학교 주변의 '어린이 보호구역' 3곳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공무원 B 씨는 시방서에 규정된 자재와 적정 시공 여부 등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공사가 잘 마무리된 것처럼 관련 서류를 작성했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경찰은 전주의 한 초등학교 주변 신설도로가 반사 빛의 밝기를 나타내는 '휘도' 측정 없이 준공됐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나서 이들을 검거했습니다.

조사결과 입찰을 통해 공사를 따낸 A 씨 등은 무면허 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방식으로 공사금액의 30∼40%에 해당하는 6억2천만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 씨는 "직접 시공할 능력이 없어서 하도급 업체에 공사를 맡겼다"고 범행 일부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차선의 재도색은 보통 2년을 주기로 하는데, 이들이 시공한 차선은 6개월 만에 기준치 이하로 휘도가 떨어졌다"며 "야간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크게 위협할 수 있는 범죄로 판단하고 신속히 수사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세금을 사적으로 편취하는 불법 교통 시설물 공사에 대해서는 무관용을 원칙으로 엄정 수사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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