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韓채권은 안전자산"…글로벌 불안에 자금 몰려
입력 2019-06-02 18:37 
5월 외국인들은 한국 채권 시장에서 10조원 넘게 순매수한 반면, 코스피에선 2조5000억원가량을 팔아치웠다. 미·중 무역분쟁과 원화 약세, 악화된 기업 실적에다 MSCI 신흥국지수 비중 조정 등으로 주식은 팔지만 안전자산 선호와 금리 인하 기대감, 여기에 한국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믿음이 채권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인은 5월 한달 장외 채권시장에서 10조578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2007년 11월 10조4850억원 순매수 이후 최대 규모다.
이 같은 외국인의 채권 순매수세에 힘입어 국채금리도 내리막길이다. 지난달 31일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는 각각1.587%와 1.682%로 마감했다. 이달 초에 비해 각각 14.5bp(1bp=0.01%포인트), 20.3bp 떨어진 수치다. 초장기물로 꼽히는 국고채 50년물 역시 이날 기준금리보다 3.6bp 낮은 1.714%로 마감했다. 채권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로, 외국인 채권 수요가 채권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얘기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국가 신용등급 전망과 경상수지, 외환보유액, 국가 부채 등은 안정적이지만 경제성장 전망은 불투명하다"며 "한국 채권의 경우 성장성은 없지만 안전 자산 측면, 그리고 금리 하락 예측 등으로 인해 외국인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도 외국인들이 한국 채권을 주워 담게 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달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는 전일 대비 2.1원 오른 1190.9원을 기록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화가치가 달러당 1200원 선을 위협할 정도로 떨어지면서, 외국인 입장에서 원화 채권 저가 매수 니즈가 커졌다"고 말했다. 전균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상황에다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차익 거래를 노리고 한국 채권을 매수하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5월 한 달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약 2조5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 매도 공세는 미·중 무역갈등 등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5월 초 미·중 무역분쟁 이슈가 불거지면서 외국인들이 신흥국에서 돈을 빼고 있다"며 "특히 무역분쟁 영향에 민감한 한국과 대만이 큰 타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투자자들은 글로벌 공급체인 변화와 기업비용 증가, 이익률 감소 등을 우려해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난달 28일 MSCI 신흥국지수에서 한국 비중이 줄어든 것도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외국인은 28일과 29일 양일간 코스피에서 1조1018억원을 순매도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특히 5월은 MSCI 재조정 이슈 영향이 컸다"며 "앞으로 이 같은 외국인 매도세도 진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연일 떨어지는 원화가치도 외국인이 주식에서 빠져나가는 원인이 되고 있다. 원화가치 하락에는 달러 강세, 경상수지 악화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위안화 약세 영향으로 원화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원화가치는 위안화 움직임과 궤를 같이하는 경향이 있다. 미·중 무역분쟁 합의 난항에 따른 중국 경기 하강 우려가 위안화를 넘어 원화가치와 한국 증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위안화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2조5000억원가량을 순매도했지만, 10조원 넘는 채권을 샀다는 점은 한국 시장의 성장성보다는 안정성에 점수를 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아울러 주식과 채권을 아우르는 자본시장 측면에서 외국이 한국을 떠나는 모양새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이는 원화값 하락세의 진정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5월에 채권을 10조원 이상 순매수하며, 한국 자본시장을 받쳐줬다"며 "외국인 자금은 주식과 채권을 합해 순유입이기 때문에 향후 원화가치 하락세 진정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화 약세는 경상수지 악화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올해 1~3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전년 대비 24% 감소했다. 이 기간 반도체 수출은 21% 줄었다.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2018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60.15%, 68.71% 감소했다. 또한 1분기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7% 감소했다.
[정승환 기자 / 정희영 기자 /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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