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리보다 환율…달러·위안값 오르면 금융株 `들썩`
입력 2019-06-02 17:27 
달러화와 엔화의 움직임이 금융지주사 주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에 비해서도 환율의 변화가 은행 주가에 더욱 큰 영향을 줘 기존의 통념과는 다른 결과가 도출됐다. 금리는 은행 수익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금융주 주가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금융지주사별로는 KB금융과 신한금융지주 주가는 엔화에,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당시 우리은행)는 달러화 변동성에 따라 더욱 주가가 크게 출렁였다.
2일 한국증권학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과 1일 양일간 진행된 재무금융 5개 학회 심포지엄에서 원화 대비 달러와 엔화 가치가 올라갈 때 은행과 4대 금융지주 주가가 동반 상승한다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됐다. 달러, 위안, 엔, 유로, 파운드 등 다섯 개 통화의 변화가 4대 금융지주와 은행업종 주가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결과다. 분석 기간은 2003년부터 2017년까지다.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특히 위안화의 환율 변동성이 커질 때 함께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을 보였다. 원인으로는 환율이 국내 기업의 실적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 은행의 수익성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 지목됐다. 국내 산업구조가 수출 중심으로 짜여 있고, 수출 주도형 대기업은 원화 대비 외화 가치의 변동에 따라 실적 변동이 커지는데 다른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은행 역시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달러와 엔화의 가치가 올라갈 때는 은행업종과 4대 금융지주 주가가 함께 뛰는 모습을 보였다. 위안화 움직임에는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주가만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드러냈으며, 유로화는 4대 금융지주 주가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파운드는 반대로 원화 대비 가격이 하락할 때 KB금융과 우리금융지주의 주가가 상승했다.

논문을 발표한 백재승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금융학과 교수는 "오랜 기간 금융위기를 포함해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의외로 금리보다 환율에 따라 금융사의 주가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며 "업종 특성만 본다면 금리의 영향이 금융지주 주가를 좌우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산업이 수출 주도형으로 짜여 있어 환율에 따라 은행의 수익성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간별로는 금융위기 때 환율과 환율 변동성이 금융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증가했다. 금융위기 국면이 마무리된 이후 영향은 줄었으나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백 교수는 "금융사의 환 노출이 금융위기 이후 늘며 영향력도 더욱 커졌다"고 진단했다.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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