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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든 통한다" 강속구 시대 더 빛나는 류현진의 제구 [김재호의 MLB돋보기]
입력 2019-06-01 04:00 
류현진은 구속이 전부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 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바야흐로 메이저리그는 강속구의 시대다. 매 시즌 각 구단에서는 100마일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스트라이크존에 꽂아넣는 투수들을 배출하고 있다. 투수들은 점점 더 강해지고, 점점 더 세게 던지고 있다.
그러나 1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에서 평균자책점 1위에 올라 있는 이 투수는 조금 다르다.
LA다저스 좌완 선발 류현진(32)은 적어도 메이저리그에서는 '강속구 투수'가 아니다. '브룩스 베이스볼'에 따르면 류현진의 이번 시즌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0.88마일.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평균 구속이 91마일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위력적이다. 지난 5월 31일 뉴욕 메츠와의 홈경기에서 7 2/3이닝동안 4개의 안타와 볼넷 한 개만 허용하며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스트레스를 받은 장면이 없었다"며 류현진의 투구를 평했다.
이날 경기 그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1.51마일이 나왔다. 이번 시즌 중 가장 빠른 기록이다. 몇 차례 93마일을 찍기도 했다.
과거 80마일 중반대 패스트볼로 타자들을 춤추게 만들었던 제러드 위버나 이번 메츠전 상대 선발 제이슨 바르가스처럼 90마일조차 넘지 않는 '느린 볼 투수'는 아니다. 그래도 '강속구'와는 거리가 있다. 그런데 메츠 타자들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불과 하루 전 워커 뷸러의 100마일에 육박하던 공을 쳐내던 그 타자들이다.


주위에서는 강속구 시대 평균 수준의 구속으로 생존중인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텍사스 레인저스, 보스턴 레드삭스 감독 출신이며 지난 시즌까지 다저스 라디오 해설을 맡았고 현재 'MLB네트워크 라디오'에서 해설로 일하고 있는 케빈 케네디는 31일 류현진의 등판을 지켜본 뒤 자신의 트위터(@KevinKennedyMLB)를 통해 "류현진은 성공을 위해 98마일짜리 강속구를 던질 필요가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며 그에 대해 말했다.

케네디는 "류현진은 지금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투수다. 모든 구종의 커맨드가 잘되고 있으며 92마일의 패스트볼을 던지고 있다. 스트라이크존 주변을 잘 공략하며 변화구를 어떤 카운트에든 던질 수 있고 체인지업이 플러스 플러스"라며 류현진이 성공하고 있는 비결에 대해 말했다.
류현진의 공을 받고 있는 포수 러셀 마틴도 "98마일짜리 강속구를 던질 필요가 없다. 류현진은 공의 움직임을 바꿔가며 좋은 위치에 던지고 있다. 그것이 그가 효과적으로 던지고 있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은 어떤 시대에 던져도 생존할 수 있는 구위를 갖췄다"며 강속구 시대 빛나고 있는 류현진에 대해 말했다. "커맨드보다 더 좋은 무기는 없다. 다른 구종을 활용하며 삼진 아웃을 잡고 땅볼을 유도하는 능력을 가진 선수"라며 말을 이은 로버츠는 수비 시프트가 증가한 시대 추세가 오히려 류현진에게 도움이 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매트릭스에 따라 수비 위치를 옮겼을 때 공을 옳은 위치로 보내는 능력이 있는 선수다. 타구를 유도했을 때 시프트를 활용해 타구를 아웃으로 바꾸는 능력이 다른 어느 투수보다 뛰어나다"고 평했다. 분석 능력의 발달로 인한 수비 시프트의 증가가 대세가 된 지금 시대, 류현진이 오히려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로버츠의 생각이다.
투수가 수비 시프트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타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타구를 보내지 않게 억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곧 제구와 연결된다. 결국은 제구다. 강속구의 시대, 류현진의 제구 능력은 더 밝게 빛나고 있다.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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