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생존자들이 밝힌 참사순간…"두 차례 추돌후 순식간에 전복·침몰"
입력 2019-05-31 08:43  | 수정 2019-06-07 09:05


"어둠 속에서 물에 빠진 사람들이 허우적거리며 살려달라고 외치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요."

현지시간으로 어제(30일) 오전 9시 기자가 헝가리 유람선 참사 생존자들이 이송된 호텔에 도착했을 당시까지 구조된 7명 중 4명은 호텔 로비 소파에서 흐느끼거나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빨갛게 변한 눈으로 연신 눈물을 흘리거나,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했습니다.

헝가리 유람선 참사의 생존자인 31살 정 모 씨는 전날 밤 사고 상황을 떠올리며 말을 잇지 못하고 또다시 오열했습니다.


정 씨는 "물살이 너무 빨라서 사람들이 떠내려가는 순간에 구조대는 오지 않았다"고 울먹였습니다.


29일(이하 현지시간) 밤 사고 당시 정 씨는 갑판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갑판에는 정 씨 말고도 사진을 찍거나 하선을 준비하는 관광객 약 20명이 있었고, 나머지 10여명은 아래쪽 선실에 모여 있었습니다.



생존자들에 따르면 한국인 관광객 30명과 가이드 3명 등이 탑승한 소형 유람선 '허블레아니호(인어호)'는 사고 당시 야경 투어를 거의 마치고 강폭의 중간쯤에서 거의 서 있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정 씨는 "큰 크루즈가 접근하는 걸 봤지만 설마 그 유람선이 그대로 우리 배를 들이받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습니다.



큰 유람선은 한국 관광객이 탄 유람선에 살짝 부딪힌 후 다시 강하게 추돌했다고 합니다.

32살 윤 모 씨는 "순식간에 배가 완전히 뒤집히면서 침몰했다"면서 "갑판에 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물에 빠졌고, 1층 선실에서 쉬던 사람들은 아마 배에서 빨리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을 흐렸습니다.

윤 씨는 다른 생존자 55살 김 모 씨와 모녀지간입니다.

생존자들은 구명조끼를 보지도 못했지만, 있었다고 해도 사고가 워낙 순식간에 일어나 입을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행 중에는 외조부모, 엄마와 함께 유람선을 탄 6세 여아가 있었다고 합니다.

윤 씨는 "배에서 할머니와 아이가 같이 있는 모습을 봤는데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다. 선실에 있었다면…"이라고 울먹였습니다.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힌 정 씨는 앞에 구명튜브를 발견했고 '저걸 놓치면 죽는다'는 생각에 남은 힘을 짜내 튜브를 잡았다고 합니다.

정 씨는 구명튜브에 연결된 줄을 근처에 있던 윤 씨쪽으로 던져 함께 튜브에 매달렸습니다.

두 사람은 튜브에 의지해 조금씩 떠밀려 가면서 사람들의 머리가 오르내리는 걸 보고도 애타게 눈물만 쏟았다고 합니다.



생존자 60살 안 모 씨는 수영을 하며 간신히 버티다 주변의 다른 유람선에 탄 선원이 내민 손을 간신히 붙잡고 안도했지만 그것도 잠깐이었습니다.

안 씨는 "손을 계속 붙잡고 버티려고 했지만 미끄러져서 결국 떠내려갔다"면서 "구조대가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떠내려온 물병을 잡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여행사가 이런 폭우속에서 일정을 강행한 데 의문을 나타내고, 사고 후에도 전혀 구조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유람선 투어 출발 때에도 사고 시 대처요령이나 안전 정보를 제공하는 시간도 없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윤 씨는 "그렇게 많은 관광객이 야간 유람선을 타는데 사고 대응체계 자체가 없는 것 같았다"면서 "뒤늦게 나타난 구조대는 나처럼 구명튜브를 잡은 사람들이나 다른 유람선 선원이나 관광객이 붙잡고 있었던 분들을 건져내기만 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더욱이 '가해' 선박은 사고를 낸 후 구호조처도 없이 계속 같은 방향으로 운항했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구조된 7명은 부다페스트 시내 병원 3곳에 분산돼 처치를 받았고, 특별한 증세가 없는 4명은 이튿날 오전 시내 호텔로 이동했습니다.

이 호텔은 관광객 일행이 원래 투숙하려던 곳입니다.

현지 직원이 생존자를 지원하고 있다는 '참좋은여행사' 측 발표와 달리 호텔에는 여행사 직원을 한명도 볼 수 없었습니다.

정 씨는 "구조된 후 충격으로 정신이 없는데다 의사소통도 힘들어 병원에서 방치된 심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눈물과 탄식을 쏟아내며 간신히 버티던 안 씨 등 4명은 정오 무렵 한국대사관의 차량으로 부다페스트의 다른 호텔로 이동했습니다.

의료진이 통증 경과를 관찰하고 있는 윤 씨의 어머니 김 씨 등 다른 생존자 3명도 곧 퇴원해 4명과 합류할 예정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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