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고급차 명의 며느리로 바꾸고, 80세 노모 이름으로 대여금고 만들고
입력 2019-05-30 15:45 
국세청 추적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주방 싱크대 수납함 속 검은 비닐봉지에 들어있는 현금(왼쪽)과 1만8장의 5만원권 현금다발. [사진 제공 = 국세청]

양도소득세 수억원을 내지 않은 A씨는 체납처분을 피하기 위해 12억원을 현금 인출한 뒤 검은 봉지에 담아 아파트 싱크대 수납함 등에 숨겼다. 또 부동산 양도시점에 맞춰 10여건의 보험을 해약해 보험금 2억4000만원을 인출했고, 세금고지서를 받은 다음날 자신의 외제차 명의를 며느리로 바꾸는 방식으로 재산을 숨겼다. 국세청은 한 달간 8차례 넘는 잠복·미행 끝에 현금다발 등 5억원을 찾아내 압류했다. A씨는 자녀 명의 고급아파트에 살면서, 외제차도 3대나 보유하고 있었다.
유명 성형외과 의사 B씨는 현금영수증을 발행 해주지 않아 부과된 과태료를 안 내려고, 병원이 있는 건물에 위장법인을 만들고 지인 명의 고급주택에 거주하며 재산을 감췄다. 국세청은 거주지와 병원을 동시 수색해 병원 금고 등에서 2억1000만원 상당 달러화와 엔화를 압류하고, 뒤늦은 자진납부를 통해 총 4억6000만원을 징수했다.
국세청은 이들처럼 세금은 안 내면서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가며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고액체납자 325명을 추적조사해 1535억원을 징수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의 전체 체납액은 8993억원이었고, 서울·경기도 거주자가 290명에 달했다. 이들을 포함해 올 들어 조사를 통해 징수·채권확보한 총금액은 4월말 기준 6952억원이다.
체납자들은 어떻게든 세금을 안 내려 고령 노모 이름으로 은행 대여금고를 만들고, 위장이혼도 불사했다. C씨는 84세 어머니 명의로 대여금고를 개설해 골드바와 현금·수표 등 4억1000만원 상당의 재산을 숨겼다. 이혼했다는 D씨는 부동산을 팔아 대출금을 갚고 남은 양도대금 중 7억원을 수십차례에 걸쳐 현금으로 인출한 뒤, 3억6000만원을 재산분할·위자료 명목으로 배우자에게 이체했다. 하지만 조사결과 체납자가 아내 주소지에 함께 거주한다는 것을 확인한 국세청이 수색에 돌입했고, 당황한 부부는 장난감 인형 밑에 7100만원을 숨기는 촌극을 벌였다.
한재연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체납처분 면탈에 대해서는 체납자 본인 뿐만 아니라 조력자까지 형사고발하는 등 엄정대응하겠다"며 "특히 납부여력이 있으면서도 재산을 은닉하고 호화롭게 생활하는 고의적 체납처분 회피자에 대하여는 역량을 집중해 끝까지 추적·징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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