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가예방접종사업 독과점 심각…제2의 백신대란 우려
입력 2019-05-30 13:53 

업체 한 곳의 시장점유율이 100%에 달하는 백신이 7개에 이르는 등 국가예방접종지원사업에서 특정 업체의 독과점 상황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1위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는 백신도 15개나 됐다.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순례 의원실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만 12세 이하 어린이의 필수 예방접종 비용을 국가가 전액 부담해 한 해 예산만 2000억원에 넘게 투입되는 어린이 국가예방접종지원사업에서는 대상 백신 17종 중 4개의 백신이 독점상태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독점적 지위를 악용해 업체가 백신 공급을 의도적으로 중단해 문제가 발생한 적도 있다.
어린이 결핵예방에 사용되는 피내용 BCG 백신 주문을 취소해 부당한 이득을 취한 혐의로 지난 16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조치된 한국백신이 대표적 사례다. 이 때문에 발생한 지난 2016~2018년 피내용 BCG 백신 물량 부족 사태 당시 정부는 당시 한국백신이 공급하는 더 비싼 백신인 경피용 BCG 백신 구입을 위해 140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지출해야 했다.
김순례 의원에 따르면 이같은 백신의 독과점 문제는 BCG 백신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예방접종지원사업에서 한 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백신은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폴리오바이러스 예방백신인 DTaP, DTaP-IPV, DTaP-IPV/Hib, IPV, 장티푸스 예방백신, 신증후군출혈열 예방백신, 폐렴구균 예방백신 다당질(PPSV) 등 7종으로 이에 들어간 국비만 지난해 24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순례 의원은 "한 두 업체에게 백신공급을 독점시키는 지금의 구조 속에서는 제2, 제3의 한국백신과 같은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며 "백신 독과점에 대한 폐해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국가예방접종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제조·수입사, 유통사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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