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과기대 교수, 아들에 시험문제 빼내주고 자신 강의는 모두 'A+'
입력 2019-05-27 12:28  | 수정 2019-06-03 13:05
자신이 재직 중인 대학에 다니는 아들에게 강의 시험문제를 빼내주거나, 점수 조작으로 교직원 딸을 조교로 부정 채용한 국립대 교수들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서울북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박현철 부장검사)는 오늘(27일) 서울과학기술대 전기정보공학과 62살 이 모 교수를 공무상비밀누설·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교수는 2014년 같은 학과에 다니던 자신의 아들 A 씨가 동료 교수의 강의 2개를 수강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해당 교수에게 전화해 "외부 강의에 필요하다"고 속여 시험문제가 포함된 과거 강의 관련 자료를 건네받아 아들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습니다.

검찰 수사 결과 이 교수가 A 씨에게 보내준 자료에 포함된 과거 시험문제 일부는 A 씨가 본 시험에 다시 출제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 씨는 2014년 초 서울과기대 편입학 전형에 응시해 면접에서 100점 만점에 96점을 받아 최종 합격했습니다. 이 교수는 아들의 편입학 사실을 학교에 신고할 의무가 있었지만 이를 숨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 씨는 편입 후 아버지가 담당하는 강의 8개를 수강해 모두 A+ 학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A 씨의 편입학이나 성적 채점의 경우 이 교수의 부정행위 관련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또 이 대학 전자IT미디어공학과 51살 차 모 교수와 최 모 교수를 허위공문서작성·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차 교수와 최 교수는 2017년 2월 이 대학 행정직원으로 근무하던 B 씨로부터 자기 딸 C 씨를 조교로 채용시켜달라는 청탁을 받고 C 씨가 참여한 조교 채용 필기·면접시험 점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습니다.

당시 C 씨는 영어 토익 점수를 제출하지 않아 서류전형에서 다른 경쟁자들보다 현저히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어진 면접에서 차 교수와 최 교수는 C 씨에게 최고점을 부여했습니다. 특히 최 교수는 면접에 들어가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은 필기시험에서도 C 씨에게 다른 경쟁자들보다 월등히 높은 점수를 줬고, C 씨는 최종 점수 1등으로 합격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딸의 채용을 청탁한 A 씨와 차 교수의 지시를 받아 성적 조작에 가담한 행정직원 D 씨는 각각 무혐의,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B 씨가 딸을 채용해 달라고 청탁한 사실은 인정되나 금전 등 대가가 없었고, 구체적인 범행에 기여한 증거가 없었다"며 "D 씨의 경우 학과장이던 최 교수의 지시에 따른 것을 참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교육부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서울과기대 교수들의 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차 교수와 이 교수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고, 이들을 중징계할 것을 대학에 요구했습니다. 이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최 교수가 조교 채용비리에 가담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서울과기대 관계자는 "징계 여부와 수위 등은 1심 재판 결과가 나온 뒤 결정할 것"이라며 "이 교수의 경우 학사와 관련된 부정행위를 저지른 만큼 현재 직위해제해 수업에서 배제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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