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승자독식 사회에서 `밥, 똥, 일`을 지켜낸다는 것
입력 2019-05-22 15:23  | 수정 2019-05-23 13:41

제목에서 시선이 가는 책이다. '밥, 똥, 일.' 세상살이에 대한 알레고리 같은데, 펼쳐보니 그렇다. 밥은 '경제'이고, 똥은 '정치'이고, 일은 '사회'. 이처럼 제목을 붙인 데엔 저자 나름 에피소드가 있다. 고려대 영문학과 졸업 무렵, 되는 일 없어 우울해 하던 아들에게 어머니가 이런 위로를 건넨다.
"밥 잘 먹고, 똥 잘 누고, 할 일 있으면 살 만한 거다."
때때로 평범한 말 속에 진리가 숨어 있다. 저자가 기억하는 어머니 말씀도 마찬가지다. 먹을 것 걱정 없이 건강하게 일 하면서 살면 그럭저럭 행복한 삶이라는 것. 도저히 부인하기 힘든 말이다.
하지만 그 '그럭저럭 행복한 삶'을 누리는 일조차 힘들어진 것이 요즘의 한국 사회다. 부자는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있다. 지난 20년 간 한국 1인당 GDP는 3배 이상 늘었지만 고소득층은 17.5%에서 20.0%로, 저소득층은 7.1%에서 12.5%로 늘었다. 이른바 승자독식 사회다.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경험하고 느끼고 글로 썼던 문제의식을 정리하고 분석한 것으로 나로서는 각별히 애착이 간다. 이 책이 양극화나 불평등에 대한 직접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세계적인 석학들의 견해를 분석함으로써 위기는 어떻게 오며, 그 원인이 무엇이고 다가올 미래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하는 점을 중심으로 나름대로 우리 사회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
책은 현역 언론인의 시각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고 있다. 1부 '밥의 경제'는 저성장의 그림자, 기술 진보의 그늘, 불평등의 구조화 등 난제들을 꿰뚫는다. 2부 '똥과 정치'에서는 민주주의 위기, 미국 패권주의, 재벌의 타락처럼오염된 정치가 사회·경제에 미치는 해악을 짚으며, 3부 '일과 사회'에서는 청년실업, 기본소득과 연대임금 등에 대해 논한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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