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역전쟁 여파로 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한다면?
입력 2019-05-22 10:04  | 수정 2019-05-22 10:05

미중 간 무역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의 대표적 수출 곡물이면서 중국의 최대 수입 곡물인 대두(콩)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지지 지역인 미국 중서부가 대두 주 생산지다. 오는 2020년 재선을 노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표밭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두를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 입장에서 미국산 대두를 전면 배제하고도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국제원자재 전문연구기관인 코리아PDS가 최근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한다면…'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9일~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진행되던 날 미국은 20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율을 25% 인상했다. 이에 맞서 지난 13일 중국 당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해 5410개 품목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품목별로 5~25%의 추가 관세를 적용한다고 발표하면서 양국 무역분쟁이 장기화 될 가능성에 대해 시장의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미국이 20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 인상이 실질적으로 미국 항구에 도달하기 전까지 3주 가량의 여유가 남아 있으나, 최악의 경우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전면 중단하거나, 관세율을 추가 상향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최은지 코리아PDS 책임연구원은 "중국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확산 피해가 장기화돼 중국내 돼지 사육두수가 감소했다"며 "이로 인한 사료용 대두 수요 위축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책임연구원은 이어 "특히, 브라질 대두 생산량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전년도에 버금하는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어 중국은 3분기까지 미국산 대두 없이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중국에서 102만 6000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됐다. 현재 아시아 주변 5개국으로 ASF가 펴져나갔으며, 벨기에, 라트비아, 남아프리카, 폴란드 등지로 확산 중이다.
다만, 중국내 ASF 발생빈도는 점차 둔화되는 모습이며 수입물량 공급과 더운 날씨로 인한 수요둔화로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지난해 9~12월 다량의 돼지 살처분을 했던 중국 양돈 농가들이 6개월 이후 재입식을 준비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 이후 중국 대두 사료 수요 확대가 수반될 것으로 본다.
남미지역의 2018~2019년 대두 생산량이 시즌 초반 생산량 예상치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주요 기관에서 관측하고 있어 미중 무역분쟁이 단기간 협상에 이르지 않더라도 중국이 남미지역의 공급물량에 의존해서 상당 부분의 대두 수입필요량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 제재 수위에 대해 즉각적으로 미국산 대두 구매 금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한편, 미국 농무부(USDA) 파종면적의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 대두 파종면적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피해를 입은 미국 농가들의 작물 전환으로 대두 파종면적을 지난해 대비 5%이상 축소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5월 중순 현재 당초 예상 감소폭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지난 3월 미국내 많은 강수량으로 인해 봄철 미국내 옥수수 파종 진행률이 30%에 불과한 가운데 옥수수 파종을 포기하고 대두로의 작물 전환을 선택해야 하는 농가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곧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지난해 수확한 막대한 양이 중국으로 수출되지 못한 채 자국내 쌓여 있는 미국에 공급 과잉 압력을 심화시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국내 풍부한 대두 재고와 당초 예상보다 많은 대두 공급분까지 올해 유입된다면 중국 수요처를 되찾지 못한 미국으로서는 대두 농가 피해는 불가피할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 사수를 위한 그의 차후 행보는 대두를 빼놓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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