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시중 피부질환 치료제서 `B형 간염` 억제효과 확인
입력 2019-05-17 13:16 

국내 30대 이상 인구 중 4% 이상이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로 알려진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피부질환치료제로 이미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안전한 물질을 이용해 B형 간염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했다. 독성시험 단계를 줄일 수 있어 빠른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박성규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교수와 조유리 차의과대 교수, 김윤준 서울대 교수 공동 연구진은 항진균제로 오래도록 사용돼 왔던 '시클로피록스'가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조립을 억제해 새로운 B형 간염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17일 밝혔다. 이처럼 이미 상용화된 약물을 다른 질병에 적용하는 것을 '약물 리포지션'이라고 한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16일자에 게재됐다.
B형 간염은 우리나라에서 간암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은 B형 간염 바이러스의 DNA 중합효소를 억제하는 방식의 항바이러스제인 '라미뷰딘' '테노포비르' '엔테카비르' 등이 처방돼 왔다. 하지만 바이러스 내성 등으로 완치를 기대하긴 매우 어렵다. 이에 B형 간염 바이러스의 다양한 복제 단계 가운데 바이러스의 조립을 억제하는 약물이 근본적인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은 이런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이미 약품으로 승인된 물질 1000여 종을 대상으로 약물 구조 분석을 수행해 유력 후보로 시클로피록스를 발굴해냈다. 그리고 간세포를 사람의 간세포로 대체한 쥐를 활용한 전임상시험에서 경구 투여된 시클로피록스가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이루는 단백질 입자들의 조립을 억제하고, 이에 따라 정상적인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생성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진의 진미선 GIST 교수는 "시클로피록스가 이미 조립된 B형 간염 바이러스 단백질 입자 안으로 들어가 구조를 변성시키고 조립된 단백질 입자를 풀어 헤쳐 결과적으로 정상적인 B형 간염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개발된 치료제와 중합효소를 억제하는 기존의 약물치료제를 병행하는 후속 연구를 통해 B형 간염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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