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염증성 장질환자 10명중 6명꼴로 20~40대
입력 2019-05-17 11:27 

염증성 장질환을 겪는 환자중 77.3%는 우울감·불안감을 느꼈으며 52%는 자살충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30~40대에서 자주 발생했던 염증성 장질환이 최근 들어 사회·경제활동이 활발한 20대로 확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장 질환이 우울감·자살 충동과 같은 정신질환으로 악화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5월 19일 세계 염증성 장질환의 날을 앞두고 대한장연구학회는 2017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주성 대한장연구학회 회장은 17일 "학업 및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청년에게서 염증성 장질환이 늘고 있다는 점은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젊은 환자일수록 오랜 기간 동안 치료효과를 유지하고, 장 점막도 치유할 수 있는 치료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회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 중 77.8%가 질환으로 인해 소득이 줄었다고 답했으며, 상대적으로 소득이 줄어든 상태에서 치료비 부담으로 인해 재정적인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질환을 방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대장 등에 생긴 비정상적인 만성 염증이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질환으로 갑작스럽게 복통이나 설사, 대변 급박증(대변을 참을 수 없는 상태)과 같은 증상이 발생해 만성적으로 지속된다. 심한 경우에는 장이 막히거나(장관 협착) 구멍(천공)이 생길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수술을 받기도 한다.

대표적인 염증성 장질환은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다. 크론병은 입부터 위, 대장과 항문까지 위장관의 어느 부위에나 나타난다. 반면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 벽내에서만 얕은 궤양이 연속적으로 분포하는 특징이 있다. 아쉽게도 유전적, 면역학적 이상 등의 요소를 원인으로 추정할 뿐 정확한 원인과 완치 방법이 밝혀지지 않았고, 호전과 재발이 반복된다. 때문에 환자들은 언제든 질환이 다시 악화될 수 있다는 걱정을 안고 살아간다. 궤양성 대장염은 그 동안 30~40대에서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들어 20대 환자도 크게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궤양성 대장염 및 크론병 환자는 2012년 4만4453명에서 2016년 5만 6909명으로 4년새 약 30%나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30~40대 환자는 2012년 1만 7350명에서 2016년 2만 1204명으로, 20대 환자는 같은 기간에 7709명에서 1만 892명으로 늘었다. 30~40대 환자가 전체 환자의 약 37%를, 20대 환자는 약 19%를 차지한 셈이다. 전체 장질환자 10명중 6명이 20~40대 환자인 것이다.
이처럼 젊은층의 염증성 장질환 급증과 관련해 대한장연구학회는 "젊은 나이에 발병한 환자일수록 길어지는 투병기간을 고려하고,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치료법을 의료진과 적극적으로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스테로이드 제제부터 생물학적 제제까지 치료방법의 꾸준한 발전 덕분에 일부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은 혈변 등 증상이 사라진 상태인 '임상적 관해'에 도달하기도 한다. 셀 수 없이 화장실을 찾아야 했던 환자 입장에선 '임상적 관해'가 가장 큰 관심사일 수 밖에 없지만 최근 의료진들은 증상이 사라졌다는 것에 만족하기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제는 염증이 발생하는 장 점막의 치유 상태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동안 증상이 사라지는 것을 일차 목표로 치료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환자들이 장 손상으로 질환이 악화되어 수술을 받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인지하고 임상적 관해를 넘어 점막의 치유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내시경을 통해 확인한 점막이 건강할수록 수술 위험이나 대장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따라서 염증성 장질환 환자 역시 장 점막의 상태에 관심을 가지고, 치료에 따른 증상의 변화를 상세하게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여전히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이 발목을 잡고 있는 또 다른 장애물이 있다. 바로 치료제의 내성과 부작용이다.
일반적으로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등에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은 항 TNF제제 같은 생물학제제를 사용한다. 연구에 따르면 항 TNF제제로 치료하던 환자 중 20~40%는 내성으로 인해 1년 이내에 효과가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작용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문제인데, 항 TNF제제는 대장뿐 만 아니라 전신에 걸쳐 면역억제 작용을 하기 때문에 기회 감염, 결핵, 잠복결핵 활성화 등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때문에 항TNF제제를 사용하려는 환자는 사용 전에 미리 결핵 감염여부를 확인하고, 결핵에 감염되어 있을 경우 치료 후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장애물을 극복하고자 최근에는 장에만 선택적으로 면역억제 작용을 하는 치료제가 개발되기도 했으며, 임상 연구에 따르면 6년간 사용시 안전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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