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5월 16일 뉴스초점-대통령이 재계 만나면 큰일나나
입력 2019-05-16 20:08  | 수정 2019-05-16 20:44
'매우 환영한다. 한국은 훌륭한 파트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롯데 신동빈 회장을 만나 한 얘깁니다. 만난 이유는 딱 하나. 롯데케미칼이 미국에 3조 6천억 원을 들여 초대형 공장을 지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 수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준 '훌륭한 파트너'에게 특급 대우를 해 준 거죠.

미국뿐만이 아닙니다. 베트남 총리도 지난해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집무실로 초청했습니다. 10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어준 삼성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SK 최태원 회장은, 최근 '미스터 베트남'이 됐습니다. 현지 투자를 늘리면서 베트남 진출에 힘을 쏟고 있는데, 베트남 총리가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줬거든요. 세금도 지원해주고 도로까지 만들어 주면서 말이지요.

국내 기업들의 해외투자는 지표로도 나타납니다. 작년 한 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직접 투자액은 무려 55조 원이나 됩니다. 전년과 비교해도 9.1% 증가했고, 제조업의 해외투자는 그 전해보다 92.7%나 급증했죠. 이쯤 되니 우리는 왠지 우리가 가져야 할 일자리와 경제효과를 다른 나라에 넘겨준 것 같은 씁쓸한 뒷맛이 느껴집니다.

그럼 우리는 어떨까요. 지난달 133조를 투자하겠다고 한 국내 대기업 총수를 대통령이 만나자 각종 우려가 쏟아졌습니다. 투자를 하겠다는 기업 총수가 대접은커녕, 대통령에게 오히려 고개를 숙이고, 청와대와 대통령은 부적절한 만남이라는 지적에 해명을 해야 했죠.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빌 클린턴이 조지 부시 대통령을 이긴 단 하나의 무기는 바로 '경제'였습니다. 우리라고 다를 건 없겠죠.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건 일자리, 아니 '좋은 일자리'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기업의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죠. 미국 대통령도, 베트남 총리도 다들 알고 있고, 그래서 발로 뛰고 있는데, 우리는 왜 이걸 모르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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