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하순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하면서 한미 정상이 두 달 만에 다시 마주 앉게 됐습니다.
최근 북미 교착상태가 지속하는 가운데 한미 양국이 '대화의 모멘텀'을 살리기 위한 정상차원의 외교적 노력에 나선 것이어서, 북한이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가 주목됩니다.
특히 내달 한미정상회담 개최를 고리로 남북 간 대화의 흐름이 다시 활기를 찾고 이것이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진다면 북미 간 핵(核)대화의 동력은 급속히 복원될 수도 있다는 기대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 개최는 사실 지난달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양측이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두 정상은 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 등 북한과의 외교적 프로세스를 '점검'하는 차원에서 내달 하순에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관측입니다.
주목할 점은 지난 두 달간 북미 또는 남북 사이에 큰 틀의 외교적 진전이 없는 가운데 한미 정상이 다시 앉게 된 점입니다. 특히 지난달 회담 이후 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비핵화를 둘러싼 한반도에서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대화를 위한 '환경'과 '분위기'는 더 나빠진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14일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자국 화물선인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 호를 압류하자 강하게 반발하는 등 대화 재개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국의 대치는 더 가팔라지는 양상입니다.
북한은 북한 화물선 압류를 두고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날강도적인 행위'라는 수위 높은 언사를 써가며 이번 일을 미국이 신뢰를 훼손한 행동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러나 의미 있게 봐야 할 대목은 이 같은 일련의 악재들이 북핵 협상 판을 근본적으로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입니다.
'와이즈 어니스트' 호를 돌려보내라는 요구에 직접적 대응을 자제하는 등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도 미국은 확전을 경계함으로써 비핵화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상황 관리에도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대담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두고 "과거에는 이런 발사 후 허세나 과시하는 행동을 보였는데 이번은 '로키' 태도를 보인다"며 "대화의 판을 깨지 않으려는 모습도 함께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이 우리 정부의 인도적 대북 식량 지원에 지지의 뜻을 나타낸 것도 긍정적인 대목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계기에 신경전 속에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북미 정상을 다시금 비핵화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는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포럼 기조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5∼6월 일본을 방문하면 서울을 방문할 시간이 날 수 있는데, 북한이 만남에 대한 반응을 보인다면 그것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관건은 비핵화 로드맵을 둘러싼 북미의 간극을 어떻게 좁히느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백악관은 청와대와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소식을 전하면서 양 정상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를 이루기 위한 노력에 대해 긴밀한 조율을 이어갈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 2주년 대담에서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원하고, 북한은 완전한 안전 보장을 원한다"며 "이런 최종 목표에 대해서는 한국까지도 합의된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문 대통령에게는 남북미 간 이견이 없는 비핵화·북한의 안전 보장 목표를 달성하기까지의 로드맵을 둘러싼 북미 사이의 견해차를 해소하는 것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인 셈입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한 달 넘게 남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까지 남북 간 대화의 성사 여부입니다.
한미 정상회담이 기정사실화된 것을 고리로 문 대통령으로서는 김 위원장이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을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펼 수 있는 외교적 기회를 갖게 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미가 이례적으로 정상회담을 한 달 넘게 남겨두고 회담 개최 소식을 알린 것도 이런 분석과 궤를 같이합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양국 간 협의로 확정했기 때문에 굳이 발표를 미룰 이유가 없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설명과는 별개로 이번 발표는 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미국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 북한에 '촉진자역'에 대한 신뢰를 심어줌으로써 남북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 확률을 높이고자 하는 일종의 '메시지'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립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받아 왔습니다. 청와대는 4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면 문 대통령을 통해 이 메시지가 김 위원장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과정을 놓고 보면 교착상태인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재개될 동력을 찾으려면 남북 정상회담이 열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받아 속히 미국의 정확한 의중을 확인해야 하는 셈입니다.
문 대통령도 취임 2주년 대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후 북러 정상회담 등이 있어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대화를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지금부터 북한에 적극적으로 회담을 제안하고 대화로 이끌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전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돼 비핵화 방법론을 두고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직접 소통에 나선다면 '톱다운' 방식을 통한 북미 간 비핵화 대화의 재개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편, 이번 정상회담은 한편에서 제기되는 한미동맹 약화 우려를 차단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 일본을 국빈방문해 일왕 접견과 미일 정상회담 등의 일정을 소화하는 데 이어 다음 달 G20 정상회의 참석하는 등 한 달 새 두 차례 일본을 찾습니다.
이를 두고 국내 일각에서는 미일 간 '밀월'에 한미동맹이 상대적으로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이런 우려를 불식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