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5월 15일 뉴스초점-어린이집 녹음기?
입력 2019-05-15 20:07  | 수정 2019-05-15 20:40
저게 뭔지 아십니까. 혹 우리 아이가 맞고 있진 않은지, 혹 부당한 대우를 당하진 않는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엄마들이 구입한다는 소형 녹음기입니다.

1년 새 판매량이 30%가 넘게 오를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인 이 소형 녹음기는 시계나 펜, 목걸이, USB 등 모양도 가지가지. 눈에 띄지 않는 초소형이라 웬만해선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범죄 현장이나 취재 현장에서 쓰일 법한 이런 물건들이 우리 아이들 옷단에, 주머니 속에 숨겨져 있는 거겠지요.

엄마들이 이런 걸 사는 이유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아실 겁니다. 잊을 만하면 나오는 보육 시설 내 아동학대 사건들은 교사에 대한 신뢰는커녕 의심만 잔뜩 들게 만들었으니까요. 더구나 이 녹음 파일은 법정에서 증거로도 채택이 됐었으니, 엄마들이 더 매달릴 수밖에요.

반면, 교사들은 CCTV도 모자라 녹음기까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것 같아 불안하고, 아이한테 당연히 해야 할 훈육조차 할 수 없다고 합니다. 거기다 녹음기를 발견한 순간부터는 아이에 대한 애정도, 학부모에 대한 신뢰도 다 깨져버린다고 하죠.

학부모 입장에서 내 아이를 지키는 건 당연합니다. 교사들은 일부의 잘못 때문에 전체가 매도되는 게 억울할 수 있습니다. 그럼 그사이에 낀 우리 아이들은 무슨 잘못일까요.

스승의 날인 오늘, 감사와 보은 같은 훈훈한 미담도 있지만, 더 눈에 띄는 뉴스들은 교권 추락과 학부모 민원, 학생 인권 조례 같은 답답한 소식들이었습니다. 스승은 존경받지 못하고, 제자는 사랑받지 못하고, 빨간 꽃 한 송이가 아닌 의심의 녹음기가 아이들 가방에, 주머니에 보내지는 지금의 현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는데, 하루하루도 믿음이 없는 우리 사제 간,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는 어떨지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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