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용 화장품 성분 별도 기준 없어…연약한 어린이 피부에 유해할 수도"
`뷰티살롱` 코너가 별도로 조성되어 있는 키즈카페. 아이들은 이 곳에서 화장과 네일아트 등을 받는다. [사진 출처 = 캐리키즈카페 홈페이지]
8살과 5살짜리 딸을 둔 주부 김 모씨(41)는 최근 키즈카페에 딸들을 데려갔다가 깜짝 놀랐다. 김씨가 간 키즈카페에는 뷰티살롱 코너뿐 아니라 키즈 뷰티스파가 따로 있을 정도로 어른들이 다니는 뷰티숍과 시설면에서 다를 바가 없었던 것. 두 딸은 그곳에서 약 30분동안 스파와 네일아트에 이어 메이크업 코스까지 받았다. 1인당 3만원 남짓 비용을 지불한 김씨는 "친구들과 같이 데리고 가서 관리를 받게 해주면 아이한테 최고의 선물"이라고 귀뜸했다.
지난 2017년 처음 문을 연 키즈 전용 뷰티스파는 불황에도 매장을 속속 늘려가고 있고, 키즈뷰티 산업도 성장세가 가파르다. 전자상거래 사이트 11번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어린이용 화장품 매출은 2017년보다 363% 폭증했다. 2015년과 2016년에도 어린이용 화장품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94%, 251% 늘었다.
이처럼 키즈뷰티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어린이용 화장품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두 딸과 함께 키즈카페에 간 김씨도 "큰딸도 그렇지만 5살짜리 작은 딸이 화장품을 사용해도 되는건지 의구심이 드는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직까지 어린이용 화장품에 대한 세부 기준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어린이용 화장품을 별도로 관리하기 위해 '어린이용 제품류'(만 13세 이하)를 추가하기로 했지만, 몇몇 시민단체가 "정부가 어린이용 화장품을 공식화해선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무산됐다. 대신 식약처는 특정 성분 제한 등 화장품 법령 개정 등을 통해 어린이 제품을 엄격하게 관리·감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식약처 관계자는 매경닷컴과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까지 어린이용 화장품을 위한 별도의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어린이용 색조 화장품 성분은 어른 제품과 같은 기준"이라고 토로했다. 만 13세 이하 어린이용 화장품은 기존 유통화장품과 동일하게 식약처에서 고시한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적용 받고 있다는 것. 성인과 어린이 제품의 구분 없이 모든 유통화장품이 같은 '검출허용한도', '미생물한도'의 기준 하에 관리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어린이용 화장품 유형 구분이나 별도의 성분 규정 등을 도입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아직 없다"고 답했다.
화장품법을 제정한 대한화장품협회 관계자도 "어린이용 화장품 성분 기준에 대한 계획은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색조화장품이 어린이에게 유해한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대한화장품협회에서) 화장품 성분에 대한 기준을 식약처와 항상 논의하고 있고, 식약처에서도 유해성 검사를 철저히 하고 있기 때문에 성분에서 문제는 없다"면서도 "그래도 색조화장품은 색소, 향, 기타 활성성분이 들어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연약한 어린이의 피부에는 좋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과 유튜브에 어린이용 화장품에 대한 무차별적인 노출도 문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유튜브에서는 '팅글리'와 '루루체체' 등 어린이가 메이크업을 하는 모습을 담은 채널이 수십 개에 달한다. 어린이의 우상이나 다름없는 키즈 전문 유튜버 채널 '헤이지니', '캐리와장난감친구들' 도 어린이용 화장품으로 메이크업을 하는 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헤이지니' 채널의 관련 영상 조회수는 15일 기준 무려 1240만회에 달한다.
어린이가 키즈뷰티를 체험한 내용을 다룬 방송프로그램도 쉽게 볼 수 있다. 키즈카페를 방문한 아이돌 멤버들이 한 어린이에게 립스틱을 발라주거나, 육아 프로그램의 출연자 어린이가 화장대에서 쿠션을 두드리며 화장을 즐기는 모습들이 '아우 예뻐라', '나 예뻐?', '화장 잘 먹었네' 등의 자막과 함께 그대로 방송되기도 했다.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은 "(키즈뷰티 산업은) 어린이의 피부와 건강에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너무 어린 나이에 외모지상주의와 고정된 성 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며 "미디어는 공익적 측면도 고려해 미성숙한 아이들에게 키즈뷰티산업이 어떤 영향을 심어줄지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최서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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