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5월 14일 뉴스초점-바닥난 교수 윤리
입력 2019-05-14 20:12  | 수정 2019-05-14 20:45
고등학생 때 이미 논문 수십 편을 썼던 아들은 명문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논문의 저자는 따로 있었죠. 바로 대학교수였던 '아버지'였습니다. 이 아버지는 무려 10년 동안, 자신의 논문 수십 편에 아들을 공동 저자로 등록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교육부 조사 결과, 지난 10여 년간 50개 대학, 교수 87명이 논문 139편에 자기 자녀를, 심지어 미성년자까지 공동 저자로 끼워 넣었다가 무더기로 적발됐죠. 변명도 가지가지. 영어 번역에 도움을 줬다, 논문의 모티브가 됐다…. 이 가운데 12건은 실제 부정이 확인됐고, 대학이 아무 문제가 없다던 논문까지 교육부가 한 번 더 점검을 해봤더니 무려 3분의 2에서 또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그동안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겼던 거였죠. 연구를 한다며 국가에서 돈을 받고, 그 돈으로 논문을 쓰면서 자녀를 끼워 넣고. 한마디로 국민 세금으로 자녀 대학 입학에 도움을 받은 셈입니다. 교육 당국의 대충대충 조사와 똑 부러지지 않았던 처벌 역시, 교수들의 일탈을 부추겼지요.

어디 교수 사회뿐이겠습니까. 정규직 전환에 가족을 끼워 넣은 공기업, 납품업체에 장남의 회사를 슬쩍 끼워 넣은 총수 일가…. 사회적 위치가 있다는 알만한 분들의 특권과 반칙이 너무나 많은 거죠. 바로 이런 것들이 쌓여서 '헬조선'이 만들어지고 있는 겁니다.

출발선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합니다. 아빠가 교수라서, 국회의원이라서, 돈이 많아서 먼저 출발할 수 있는 사회라면, 경쟁에서 떨어진 사람이 수긍할 수 있을까요. 특히 대학 입시와 관련된 일이라면 교육 당국이 더욱더 공정하고 엄격하게 심판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겁니다. 왜냐면, 이런 교수들은 '지식인'이 아니라 '파렴치한'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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