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게임 중독이 질병? 누리꾼 `갑론을박`
입력 2019-05-14 14:17 
`게임 중독` 질병으로 지정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응답자 45.1%가 찬성, 36.1%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사진 출처 = 리얼미터 제공]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는 20일 '게임 중독'의 질병 지정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민 45%가 질병 지정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CBS 의뢰를 받아 지난 13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6187명을 대상으로 게임 중독의 질병 지정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술·도박·마약 중독 등과 마찬가지로 질병으로 분류·관리하는 데 찬성한다'는 응답이 45.1%, '놀이문화에 대한 지나친 규제일 수 있으므로 질병으로 분류하는 데 반대한다'는 응답은 36.1%로 나타났다. '무응답 및 모르겠다'고 답한 비율은 18.8%였다.
조사결과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자 누리꾼들은 큰 관심을 보이며 기사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하고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게임 중독의 질병 지정에 찬성하는 한 네티즌은 "게임 중독이 질병이 아니라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사람이 살아갈 의지를 잃게 하고 끼니도 거르게 하는데 왜 질병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게임 중독이 사람의 정신적인 측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질병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것.
다른 누리꾼들은 "누구나 집에 컴퓨터 한 대 있는 시대다. 국가가 나서 병적으로 중독된 사람을 관리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다", "이젠 국가가 국민의 정신적 문제도 관리해야 한다" 등 국가의 구체적인 책임과 행동을 요구하기도 했다. "게임이 아니라 게임 중독이 질병이라는 건데 왜 인정을 못하냐" 등 반대 여론을 이해하지 못하는 반응도 있었다. 찬성 여론의 대부분이 정신적인 중독도 질병이고, 국가가 나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면 반대 여론은 대부분 국내 게임 산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이유로 들었다. 한 누리꾼은 "e스포츠는 현재 전 세계가 인정하는 우리나라 대표 산업"이라며 "게임을 많이 한다고 규제하게 되면 프로그래머가 관련 산업에서 성장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e스포츠를 봐라. 인터넷 게임을 스포츠로 인정했다"며 "어느 누가 스포츠나 여가를 오래 즐긴다고 질병이라고 하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게임산업을 스포츠로 인정한 선례가 있으므로 일반인들의 게임 활동 또한 여가활동의 한 종류로 보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지정한다면) 중독 기준은 어떻게 판단할 거냐", "담배 중독, 스마트폰 중독 등 사람에게 해로운 수많은 중독이 있는데 다 규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문제는 현재 합의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의견도 볼 수 있었다. 한 누리꾼은 "이 (게임 중독의 질병 지정에 여론이 나뉘는) 문제는 결국 엄마와 자식 세대 간의 좁힐 수 없는 간극 때문"이라며 "통계만 봐도 찬성과 반대 여론의 나이대가 다르다. 부모는 자식이 게임에서 떨어져 학업에 집중하길 바라고, 자식은 게임하는 것을 존중받고 싶어 하기 때문에 합의는 다음 세대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찬성 여론은 여성(50.1%), 50대(53.3%)와 60대 이상(47.1%) 등에서 높게 나왔고, 반대 여론은 남성(44.4%), 학생(49.9%), 20대(46.5%)와 30대(45.4%)에서 높았다. 나이별로 게임 중독에 대한 인식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글에 답글을 단 누리꾼은 "엄마는 비중독자고, 아이는 중독자이기 때문에 논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임 중독의 질병 지정 여부에 대한 여론의 대립은 세대 간 인식 차이에서 비롯됐고, 현재로선 합의점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세계보건기구가 게임 중독을 '게임 장애'란 질병으로 공식 분류하기로 결정하면 게임 중독 진단법과 치료법 등 기준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최서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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