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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의 본질 고민”…1000회 ‘개그콘서트’, 우려와 걱정 딛고 재도약(종합)
입력 2019-05-13 12:15 
‘개그콘서트’ 1000회 기념 기자간담회 사진=KBS
1000회를 맞은 웃음 명가 ‘개그콘서트가 우려와 걱정 속 재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 누리동 쿠킹스튜디오에서 KBS2 ‘개그콘서트 1000회 방송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원종재PD, 박형근PD, 코미디언 전유성, 김미화, 김대희, 유민상, 강유미, 신봉선, 송중근, 정명훈, 박영진이 참석했다.

지난 1999년 9월 첫 방송된 ‘개그콘서트는 현재까지도 명실상부 코미디 프로그램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원종재 PD는 1000회를 맞이한 데 대해 20년 이상 지속된 코미디 프로그램을 연출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1000회 특집 방송은 20년을 정리하는 무대가 될 것 같다. 카운터를 해보니 1500개 이상의 코너가 존재하는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18개 코너를 추려서 선보이려고 한다. 그동안 90만 명의 관객이 ‘개그콘서트를 찾아주셨더라. 1000회 녹화 방송은 최대한 코너별 중단 없이 이어가려고 노력 중이며, ‘개그콘서트는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것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개그콘서트 원종재 박형근 PD 사진=KBS

박형근 PD 역시 ‘개그콘서트의 역사에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1000회를 잘 준비해서 이후로도 대한민국을 웃길 수 있는 힘으로 남겠다. 웃음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많이 놓쳤던 것 같다. 어떠한 웃음을 어떻게 선사할지 1000회를 기점으로 더욱 치열하게 고민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긴 시간 명맥을 이어온 만큼 부정적 의견이 존재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원 PD는 ‘개그콘서트 태동기는 신선했겠지만 사실 20년 이상 프로그램이 이어져 온 이상 새롭지 않다는 게 맞을 거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한 주 한 주 녹화를 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일주일 내내 무대에 올릴 코너를 고민하고 수정하는 작업의 연속이다. 과거에 큰 사랑을 받았기에 현재의 ‘개그콘서트가 기대에 못 미치는 건 사실이지만 어떻게든 대한민국을 웃기는 힘이라는 모토로 프로그램을 끌어왔다. 선후배들이 똘똘 뭉쳐서 다시 살려보겠다고 코너 회의를 하고 있다. 좋은 결과물들이 나올 것이라고 믿으며, 아울러 코미디언들의 저력을 다시 한번 믿는다”고 설명했다.

‘개그콘서트 전유성 김미화 김대희 사진=KBS

‘개그콘서트 초창기 멤버인 전유성은 정말 1000회가 됐다. ‘개그콘서트를 후배들과 함께 만들었을 때 제가 가장 선배였던 탓에 좋은 대접을 받는 것 같아 감사하고, 후배들이 고생해줘서 고맙다. ‘개그콘서트는 애초 대학로에서 검증을 끝낸 코너들이 옮겨온 거였다. 그런데 이제는 방송에서 검증을 끝내다보니 점점 나태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미디 프로그램이 없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시청자들이 재미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직설적으로 말하면서도 코미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미화는 저는 네 자녀의 엄마인데, ‘개그콘서트는 저의 다섯 번째 아이와도 같다. 코미디 프로그램을 모두 사랑하지만 20년씩이나 줄곧 인기를 얻고 있는 프로그램은 없는 것 같다. 오랫동안 국민의 사랑을 받는 건 제작진, 선후배 동료들 덕이다. 엄마처럼 기쁜 마음으로 1000회를 맞도록 하겠다. 공개 코미디가 20년을 지나오면서 식상할 수도 있다. 다만 신인들의 사이클을 기다려주는 시간이 너무 촉박해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특히 김미화는 공개 코미디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표하며 공개와 비공개 무대 중 공개가 훨씬 활력이 넘친다. 예전에는 코미디가 기승전결이 있었다면, 이제는 속도감이 상당하다. 빠른 결론을 소비하는 트렌드에 맞는 건 공개 코미디라고 생각한다. 물론 숙제도 주어졌지만 이 숙제는 반드시 풀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긴 시간 ‘개그콘서트에 참여했던 김대희 역시 ‘개그콘서트 저의 데뷔와 함께 현재까지 쭉 함께 해온 동기와 같은 존재다. 막내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1000회를 바라보는 감회가 새롭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이어 절친 코미디언 김준호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그 사람과 둘이 술잔을 기울일 때 1000회가 올까 싶었다. 최다 출연자인 데도 이 자리에 함께 할 수 없어서 아쉽긴 하다. 절대로 그를 두둔하는 건 아니다. 어제 만났는데 출연이 안 되니 방청석에서라도 구경을 하면 안 되냐고 하더라. 그래서 제가 얼씬도 하지 말라고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개그콘서트 강유미 신봉선 유민상 사진=KBS

유민상은 1000회를 함께 하게 되어 영광이다. 역대 출연 횟수를 보니 4위에 올랐더라. 저는 ‘개그콘서트와 결혼했다. 아이디어를 짜며 41살이 됐다. 앞으로도 행복한 결혼 생활 이어가겠다”고 재치 있는 1000회 소감을 전했다.

또 몇몇 누리꾼들이 선배들의 ‘빨대 꽂기를 비판하시더라”며 후배들의 코너에 뭔가 부족할 때 선배들이 그 부분을 캐치해서 코너를 완성하는 걸 두고 ‘빨대를 꽂는다고 표현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고, 이에 박영진은 유민상 선배는 파이프를 들고 다녀서 문제”라고 받아쳐 웃음을 안겼다.

그동안 파격적인 개그를 선보여온 강유미는 여성의 외모 풍조 같은 것 때문에 힘든 시기도 있었다. 현재는 그런 고정관념이 사라진 것 같아서, 좀 더 자유롭게 개그를 펼칠 수 있는 시기가 온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유튜브 채널 등 1인 미디어를 활용해서 대중과 소통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신봉선은 우리가 예전에 선보였던 코너들은 앞으로 무대에 올리지 못할 수도 있지만, 많은 후배들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후배들이 늘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개그 코너를 짜고 있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고 안쓰럽고 대견하다. 코미디언들이 나름대로 새로운 문화와 ‘개그콘서트에 어울리는 개그를 접목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개그콘서트 정명훈 박영진 사진=KBS

‘개그콘서트는 과거 가학적이거나 외모를 비하하는 개그 코너를 선보여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원 PD는 ‘개그콘서트에는 현재 가학적이거나 외모 비하를 하는 코너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코미디언들 역시 못생긴 게 메리트가 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재미있자고 한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된다면 절대 그런 개그는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의나 여러 벽에 부딪혀서 더 힘들어진 것은 맞지만, 우리가 짊어져야 할 짐이라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재밌고자 하는데 누군가에게 아픔을 준다면 그걸 개그 소재로 삼을 생각은 없다. 반대로 우리의 고충도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개그콘서트 1000회는 오는 19일 오후 9시 15분 방송된다.

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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