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세계식량계획 "북한 주민 영양불균형 심각…계란 연 2∼3회 섭취"
입력 2019-05-09 09:30  | 수정 2019-05-16 10:05

"북한 주민들 대다수가 심각한 영양 불균형에 시달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고기는 고사하고, 계란도 1년에 고작 2∼3번 먹는다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북한의 식량 사정이 최근 10년 사이에 최악이라는 유엔의 보고서가 최근 발표된 가운데, 지난 3월부터 2주간 유엔 조사단의 일원으로 북한을 방문한 세계식량계획(WFP) 대변인이 직접 목격한 북한의 식량난의 실태를 전했습니다.

제임스 벨그레이브 WFP 평양사무소 대변인은 현지시간으로 8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 보고서는 북한 전역의 37개 군을 돌며 가정과 탁아소, 배급 센터, 정부 기관 등 광범위한 현장을 방문해 조사하고, 현지 주민들과 인터뷰를 한 결과를 담은 것"이라며 "실제로 본 북한의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고 밝혔습니다.

FAO(식량농업기구)와 WFP 등 9년째 유엔 산하 기구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작년 10월부터 WFP 평양사무소 대변인을 맡고 있습니다. 공여국 등 국제사회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실제 근무는 태국에 있는 WFP 아시아태평양 본부에서 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의 식량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WFP와 FAO가 파견한 8인의 조사단의 일원으로 방북해 식량 실태를 점검한 그는 "보고서가 적시한 것처럼 전체 인구의 40%가 식량 부족 상황에 처해 있을 만큼 북한 주민들은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주민들의 영양 불균형이 특히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인터뷰한 주민들 상당수는 심각한 단백질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며 "주민 대부분이 쌀 등 곡류와 김치 등 약간의 야채만 일상적으로 먹을 뿐 단백질 섭취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고기를 먹는 것은 고사하고, 계란도 연간 2∼3차례 먹는 데 그치고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식량난은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 지구 온난화 등 다양한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그는 "트랙터가 없어서 농부들이 농토에서 쟁기 같은 기구로 논과 밭을 갈고 있는 실정"이라며 핵개발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한 농기구와 비료 등의 부족도 작황 불량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북한 아동들이 얼핏 보기에도 키가 작고, 발육 상태가 좋지 않은 것처럼 보였고, 임산부와 수유를 해야 하는 젊은 엄마들도 변변히 먹을 게 없어서 고통을 받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시급히 지원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이들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해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공감대를 표현한 것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환영했습니다.

그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이후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공여가 급감했는데, 국제사회가 이제 적극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으로 돌아서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습니다.


그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아이들과 젊은 엄마들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것"을 꼽으며, "북한이 기후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농기구나 비료 등 작물 생산에 필요한 자원을 공급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무기 개발로 전용될 가능성을 지적하는 일각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한국어를 쓰는 유엔 직원 1명이 실사단에 포함돼 북한 당국과 솔직한 의사 소통을 하고 있고, 우리도 식량 지원이 전용되지 않는지를 엄격하게 감시한다"며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를 내비쳤습니다.

그는 "북한 당국도 이번 실사 기간에 우리가 원하는 곳에 다 접근하도록 허용하고, 요구하는 자료들도 다 제공하는 등 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WFP는 이르면 보리 수확기인 다음 달 북한을 다시 방문해 식량 상황을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그는 "정치와 인도적 지원은 별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유엔의 대북 제재에서도 인도적 지원은 예외로 두고 있는 만큼, 정치적인 분위기와 상관없이 굶주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손을 내밀 것을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아일랜드계 영국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벨그레이브 대변인은 "평양 외곽의 주민들에게 일상적으로 도움을 제공하는 몇 안되는 기관 중 하나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인터뷰를 끝맺었습니다.

[MBN온라인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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