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MAN 신차 개발센터는 `동굴`…가상현실로 비용↓ 완성도↑
입력 2019-05-08 18:03 
[사진제공=MAN]

폭과 높이가 각각 4m 정도에 불과한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VR(가상현실) 안경을 착용한 개발자가 차체 내부를 표현한 영상 속으로 들어간다. 개발자가 작은 안테나가 달린 TV 리모컨처럼 생긴 기기를 잡자 손 모양이 화면에 나온다. 개발자가 리모컨을 공구쪽으로 대자 손이 공구를 잡는다. 다시 부품에 가까이 가져간 뒤 클릭 버튼을 누르자 부품이 공구에 잡힌다. 손을 좌우로 움직이며 차체 한곳에 부품을 놓자 조립이 이뤄진다.
글로벌 상용차 브랜드 만(MAN)의 신차 개발 핵심공간 'CAVE'에서 벌어지는 장면이다. 만은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 있는 트럭공장에서 한국 기자들에게 최초로 CAVE를 공개했다.
동굴이라는 뜻을 지닌 CAVE는 '컴퓨터 자동 가상 환경(Computerized Automatic Virtual Enviroment)'의 약자다. 사방이 막히고 깜깜한 공간에서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CAVE가 있는 공간을 '동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CAVE는 3D 구현 시스템과 슈퍼컴퓨터를 통해 모든 데이터를 실물 크기로 보여준다. CAVE는 건축 디자인 설계에 사용되다 자동차 설계에서도 활용하는 브랜드들이 많아지고 있다.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어서다.

실제 새로운 차종 한 대를 만드는데 수천억원의 개발비와 적어도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쌍용차가 올 2월 출시한 신형 코란도를 개발하는 데 들어간 기간은 4년이고 개발비는 35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CAVE를 활용하면 자동차 디자인과 설계 및 결함 확인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자동차 개발 전에 미리 디자인이나 성능을 파악해 가장 적합한 설계를 채택할 수 있고 개발 단계에서는 모형을 만들 필요가 없으며 부품 정밀도를 점검해 결함 위험도 낮출 수 있다. 르노그룹은 CAVE를 통해 연간 200만 유로 이상 절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AN도 4~5년 뒤 내놓을 트럭을 개발하기 전 생산 가능성 여부를 확인하고 개선 방안을 검토하는 작업에 CAVE를 활용한다.
필요할 경우 뮌헨, 뉘른베르크 등 독일이나 유럽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는 연구원들을 CAVE에 초청한다. 이들 중 일부는 자동차나 비행기를 타고 뮌헨공장에 올 필요가 없다. CAVE 시스템과 VR 안경만 착용하면 뮌헨공장 CAVE와 접속할 수 있어서다.
영화 '킹스맨'에서 안경만 착용하면 다른 나라에 있는 요원들이 의자에 앉은 모습으로 나타나 한 자리에서 회의를 하는 장면과 비슷하다.
[뮌헨 =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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