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대기업의 외국업체 인수 `동반자` PEF
입력 2019-05-06 17:52 
◆ 진격의 사모투자펀드 上 ◆
사모투자펀드(PEF)는 국내 기업 인수·합병(M&A)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이 해외 투자에 나서는 현장에서도 아주 유용한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과정에서 투자 자금을 아껴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는 한편 부족한 해외 투자 경험을 PEF로부터 보강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PEF 역시 투자 이후 기업 경영에 따른 부담을 더는 한편 투자 위험을 낮출 수 있어 윈윈을 노릴 수 있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에 PEF가 동반 참여한 주요 사례로 KCC 컨소시엄의 미국 모멘티브머티리얼스(모멘티브) 인수, CJ그룹의 미국 슈완스 인수, SK그룹의 베트남 마산그룹과 빈그룹 지분 투자 등이 꼽히고 있다.
KCC 컨소시엄은 최근 미국 모멘티브 인수(거래액 3조4798억원) 거래를 종결지었다. 이 과정에서 임석정 회장이 이끄는 PEF 운용사 SJL파트너스는 6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 지분 투자금액 중 절반가량을 책임졌다. CJ그룹이 올해 들어 마무리 지은 미국 슈완스 거래(2조4590억원)에는 미국계 PEF 운용사 베인캐피털이 투자자로 나서 5000억원을 지원했다. IMM인베스트먼트는 SK그룹의 베트남 기업 투자에 도우미로 나섰다. SK그룹의 마산그룹 투자(5300억원)에 1000억원을 지원사격하는 한편, 1조1500억원 규모로 전망되는 빈그룹 투자에 3400억원가량을 투자할 예정이다.

국내 대기업은 해외 기업 M&A 성사와 이후 성공적인 경영을 위해 PEF에 러브콜을 보낸다.
자금 소요를 줄이는 한편 현지 사정에 밝은 PEF를 적극 활용해 투자 노하우를 공유하겠다는 포석이다.
KCC 컨소시엄의 모멘티브 인수가 대표 모범사례다. JP모건 한국대표 출신인 임석정 회장이 지닌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딜 소싱을 하는 한편 IB로서 경험을 십분 발휘해 자금 조달, 거래 진행 등을 원활히 할 수 있었다. 임 회장은 향후에도 제2의 모멘티브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다양한 해외 기업 인수 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인캐피털은 2017년 SK하이닉스와 손잡고 20조원 규모 초대형 딜인 일본 도시바반도체 인수를 성사시킨 데 이어 CJ그룹의 슈완스 인수까지 도우미로 나서며 국내 대기업과 적극적인 협업을 꾀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베인캐피털이 지닌 글로벌 네트워크와 기업 포트폴리오를 통해 시너지를 꾀할 수 있고, 베인캐피털은 국내에서 딜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포석을 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기업과 PEF 간 협업에 대한 신중론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기업과 PEF 간 이해관계가 서로 상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IB 관계자는 "기업은 단기 손실을 감수하고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지만, PEF는 그러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서로 간에 철학과 방침이 어긋날 경우 내분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옛 LG실트론,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 등에서 발생한 기업·PEF 간 소송전 등이 반면교사다. 양자 간 계약관계를 명확히 하고 활발한 의사 소통을 통해 오해의 소지를 없애 윈윈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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