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해외펀드 여러개 가입때, 손실 뺀 순이익에만 과세한다
입력 2019-05-05 18:05  | 수정 2019-05-05 20:55
◆ 해외펀드 과세방식 전환 추진 ◆
해외 펀드에서 나오는 이익을 배당소득세가 아닌 양도소득세로 과세 전환하는 움직임은 복잡한 과세 체계를 정상화하고 간소화하려는 조세 개혁 방향과 일치한다. 현행 과세 체계하에서는 금융상품 투자처와 성격에 따라 조세 방식이 각양각색이어서 투자자들이 혼란을 느끼고 투자 결정이 왜곡돼 왔다.
가령 국내 상장 주식은 거래세만 내지만 해외 주식은 거래세 없이 양도소득세를 내고 해외 주식형 펀드는 배당소득세를 내는 방식이다. 여기에 상장지수펀드로 들어가면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 국내 주식형 ETF는 비과세지만 파생상품이나 원자재에 투자하는 국내 ETF는 배당소득세로 과세하는 등 과세 방식이 상이했다.
게다가 자본 이득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배당소득으로 과세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이 양도소득세로 과세하는 해외 주식이나 비과세로 과세하는 국내 주식 투자에 비해 손해를 볼 때가 많았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해외 펀드를 비롯해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상장지수증권(ETN) 등이 그동안 모두 배당소득세로 과세된 이유는 과거 증권사 거래 시스템이 낙후된 상황에서는 자본 이득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던 측면이 있었다"며 "양도소득세는 본인 납세 의지에 달린 자진 신고 방식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양도소득세보다 원천징수가 가능한 배당소득세 방식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과거 양도 차익에 대한 추산이 어려워 양도소득세 대신 거래세를 일괄적으로 부과한 것처럼 펀드 배당소득세 과세도 낙후된 금융시스템이 한 원인이었던 셈이다.
장범식 숭실대 교수는 "과거에는 양도소득세를 제대로 징수하기 힘들어 배당소득세라는 방법을 썼지만 최근 전산시스템 발달로 해외 펀드에서 나는 자본 이득을 양도 이익으로 바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며 "시스템이 지원되는 상황에서 투자 결정에 왜곡을 일으키며 과세 불평등을 초래하는 현행 세제 방식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 펀드가 해외 주식 투자에 비해 받는 불이익은 크다. 특히 여러 펀드에 투자해서 한 펀드에서는 손실이 났는데 다른 펀드에서는 이익이 났을 때는 이익 차이가 더 커진다.
지금 해외 주식을 직접 매매할 때는 매매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 22%(기본공제 250만원)를 낸다. 거기다 1년간 매매 손익을 합산해 순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한다. 이익을 본 종목이 있더라도 다른 종목을 손절해 총 손익이 마이너스라면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해외 주식형 펀드는 매매 차익과 환 차익까지 배당소득으로 추산해 과세한다. 매매 차익이 2000만원 이상이면 종합소득세까지 부과돼 최고세율 46.2%까지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1억원을 아마존 주식에 투자해 40% 수익을 내고 1억원을 텐센트에 투자해 20% 손실을 본 투자자라면 총 수익은 2000만원이고 양도소득세는 385만원이다. 그러나 아마존이 중심이 되는 미국 4차 산업 펀드에 1억원을 투자해 40% 수익을 내고 텐센트가 중심이 되는 중국 4차 산업 펀드에 1억원을 투자해 20% 손실을 본 투자자라면 전체 수익이 동일하지만 세금은 훨씬 많다. 손실과 상관없이 4000만원 수익에 대해 과세되기 때문이다.
종합소득세 대상이 되어 최고 소득세율을 적용받을 때 세금은 1848만원으로 사실상 번 돈을 그대로 세금으로 내야 하는 셈이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투자 수익률 측면에서 보면 한국 기업보다 훨씬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글로벌 기업들이 많은데 세제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해외 펀드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며 "투자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 세금 때문에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도 해외 펀드의 과세 불평등 문제가 제기되면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한시적으로 해외 펀드 비과세 혜택이라는 우회적인 방법을 동원했지만 이번에는 양도소득세로 일괄 전환하는 정공법이 시도되는 것이다. 김지택 금융투자협회 정책지원본부장은 "배당소득세는 손실 개념이 없어서 손실 통산이 불가능하지만 양도소득세로 과세하면 이익과 손해를 상계해서 세금을 내기 때문에 세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며 "종합금융소득세 적용도 받지 않고 단일 세율을 내기 때문에 금융소득이 많은 사람들에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종합소득이 9600만원이 넘어야 양도소득세 적용이 금융소득종합과세보다 유리하다. 그러나 대부분 금융소득과 별도로 근로소득 등이 있는 경우가 많아 양도소득세로 펀드수익을 과세하는 것이 유리하다. 근로소득이 4600만원이 넘을 경우 추가 금융소득이 있으면 세율 26.2%가 적용돼 양도소득세율 22%보다 높기 때문이다.
한 해 펀드에서 실현한 수익이 250만원이 안 될 경우에도 양도소득세 기본공제로 세금을 내지 않아 배당소득세보다는 양도소득세가 절세 측면에서 낫다.
하지만 해외 펀드에 대한 양도소득세 적용은 추진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일반 투자자들의 세 부담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세수 감소를 우려한 기획재정부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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