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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욱의 굳은 표정 “도움이 안 돼 너무 미안했다” [MK인터뷰]
입력 2019-05-05 05:50 
구자욱은 4일 KBO리그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6회초와 8회초 적시타를 치며 삼성 라이온즈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9경기 만에 기록한 타점이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매경닷컴 MK스포츠(고척) 이상철 기자
‘아기 사자 원태인의 프로 첫 승 도우미는 구자욱(26·삼성)이었다. 김한수 감독도 승부처마다 타점을 올린 구자욱을 칭찬했다. 하지만 경기 후 꺼낸 구자욱의 첫마디는 미안했다”였다.
구자욱은 4일 KBO리그 고척 키움전에서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을 올리며 삼성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원태인이 프로 두 번째 선발 등판 경기에서 7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를 펼쳤으나 구자욱의 안타 2개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승리였다.
구자욱은 0-0의 6회초 1사 2루서 안우진의 커브를 공략해 적시타를 때렸다. 그리고 1-1의 8회초에는 1사 1루서 안우진의 속구를 때려 주자 김상수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원태인과 안우진의 팽팽한 투수전은 구자욱에 의해 승부가 갈렸다. 삼성도 3연패 위기를 벗어나며 공동 8위(12승 22패)로 도약했다.
8회초 구자욱의 결승타가 터졌을 때 더그아웃에 있던 원태인은 기뻐하던 표정이 압권이었다. 원태인은 투수 교체가 예정돼 있어 내가 승리투수가 될 마지막 기회였다. 선배들이 인지하고 막내에게 승리를 챙겨주려고 노력하는 게 보여서 더 기뻤다”라고 말했다.
구자욱은 이에 대해 (원)태인이가 잘 던졌는데 야수 선배들이 못해서 미안했다. 태인이의 첫 승을 도와 기쁘다. 태인이의 응원 덕분에 안타를 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큰일을 했지만 정작 구자욱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4월 21일 대전 한화전 이후 9경기 만에 올린 타점이었다. 최근 타격감도 좋지 않았다. 4월 24일 대구 SK전부터 3일 고척 키움전까지 28타수 3안타로 타율 0.107에 그쳤다.
구자욱은 두 번의 결정타를 때리고도 들뜨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팀에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컸다. 솔직히 팀에 별로 도움이 안 됐던 것 같다. 너무 무기력한 모습만 많이 보여줬다”라고 밝혔다.
구자욱은 이날 오른 다리에 테이핑을 했다. 3일 경기 도중 교체됐던 통증 부위였다. 그는 뛸 수 있다며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만큼 이 악물고 뛰고 있다.
구자욱은 안타를 친 순간만 기분이 좋았을 뿐이다. 그 순간만 즐기겠다. 운이 좋게 안타가 된 타구도 있다. 반전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라고 차분하게 말했다.
구자욱은 신인상을 수상한 2015년부터 매년 3할 타율(0.349-0.343-0.310-0.333)을 기록했다. 4일 현재 올해 타율은 0.284다. 그러나 시즌 초반 낮은 타율은 해마다 걷고 있는 길이기도 하다.
곧 다시 ‘우리가 알던 구자욱으로 돌아올 것이다. 구자욱은 굳이 긍정적으로 본다면, 매년 초반이 안 좋았다. 지금 못 쳐도 나중에 잘 치자는 마음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 부진이 더 길어지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구자욱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그는 매일 잘 치고 싶다. 그런데 (그렇게 되기가)쉽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그래도 위안거리는 있다. 구자욱은 건강하다. 전 경기(144)를 소화한 2017년을 제외하고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다. 그 위로에 구자욱은 몸이 아프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다”라고 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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