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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첼시마켓 옮긴듯…광교의 `특별한 상가`
입력 2019-05-03 17:26  | 수정 2019-05-03 19:23
골목길로 한 걸음 들어가면 붉은 벽돌, 작은 공방가게, 청동 벤치, 담벼락을 물들인 '그래피티'(벽화)가 뉴욕의 첼시마켓 거리를 떠올리게 만든다. 인기 TV드라마 '도깨비'에 나왔던 캐나다 퀘벡의 운치 있는 프티샹플랭 상점거리와도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관광지가 아닌 광교신도시 아파트촌 얘기다. 수도권 신흥부촌으로 떠오른 광교신도시에서 기존 아파트촌 단지 내 상가 개념을 벗어난 신개념 상권 실험이 시도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디벨로퍼(Lifestyle Developer)를 추구하는 네오밸류 손지호 대표가 문을 연 '앨리웨이 광교(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일 오픈한 복합상가 앨리웨이 광교는 개장 첫날에 2만명 넘는 인파가 방문했다. 대형 아파트단지를 낀 배후 복합상가 시도는 이전에도 많았다. 판교 호반 써밋의 배후 복합상가인 판교 아브뉴프랑, 일산 요진Y시티의 배후상가인 벨라시타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상가의 경우 스트리트형 몰로 화려함과 다채로운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점 입점을 통해 부흥시킨 상권이다.
앨리웨이 광교가 기존 상가와 다른 점은 천혜의 입지 위에 아기자기한 문화가 있는 골목 상권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앨리웨이 광교는 원천저수지와 광교호수공원 바로 앞에 위치해 탁 트인 조망을 타고났다. 서울의 한강변처럼 광교신도시에서 사람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는 입지다.
중앙광장에는 세계적인 모던아트 작가 '카우스'의 초대형 예술품인 '클린 슬레이트(Clean slate)'가 아기 두 명을 양팔에 안고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서 있다. 네오밸류는 이 예술품을 광장에 세우기 위해 법정 조형의무 설치액의 10배 넘는 돈을 들였다. 광장을 둘러싼 적벽돌의 낮은 상가건물들은 앨리웨이(alleyway·골목길)라는 말뜻처럼 아기자기한 골목들을 품고 있다. 이 골목 안에는 100여 곳의 특색 있는 상점과 커뮤니티 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판교에서 국내 최초 스트리트쇼핑몰로 선보인 '아브뉴프랑'이 쭉 뻗은 길거리 느낌이라면, 앨리웨이 광교는 테라스와 노점이 공존하는 골목에 가깝다.
손 대표는 "앨리웨이 광교가 지역주민들의 박물관이자 공연장, 시장이자 사랑방 같은 생활공간으로 자리 잡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앨리웨이 광교의 진짜 경쟁력은 그 안을 채우고 있는 독특한 상점과 촘촘하게 짜인 고품질의 콘텐츠다. 이곳에는 아파트 상가의 필수 아이템으로 인식되는 대형 유통사 마트나 유명 프랜차이즈를 찾을 수 없다. 그 자리를 네오밸류가 자체적으로 만든 독특한 브랜드 상점과 공간들로 채웠다. △서울 성수동 유명 베이커리인 '밀도' △매 시즌 새로운 셰프가 새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 '아오로' △전국청년농업인연합과 직거래하는 프레시마트 '다곳' △푸드 인플루언서의 노하우를 나누는 커뮤니티형 식문화 공간인 '마슬' 등이다. 개성 있는 외부 브랜드 유치에도 공을 들였다. 사찰음식의 대가 정관 스님이 운영하는 스튜디오 '두수공방'은 1호점을 앨리웨이 광교에 내기로 했다. 오상진·김소영 아나운서 부부의 '책발전소' 3호점, 청담동 라이브 바 '겟올라잇' 등도 유치했다. 동네정미소(쌀집), 감성고기(정육점), 바오담(떡집) 등도 입점한다. 전자상거래업체 티몬도 광교신도시에 맞는 기획형 오프라인 매장을 앨리웨이 광교에 낸다.
5m가 넘는 장대 위 공중에서 고난도 퍼포먼스를 펼치는 것으로 유명한 호주 공연예술단체 '스트레인지 프루트(Strange Fruit)'의 공연이 다음달 예정돼 있다. 착시현상을 활용한 공간·평면작품을 전시하는 크리타 갤러리 개관전은 9월까지 계속 진행된다.
[전범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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