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국 위안화 굴기 재시동거나
입력 2019-05-02 16:14  | 수정 2019-05-02 16:51

아세안(ASEAN)+3(한중일)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들이 원, 위안, 엔화 등 역내 통화를 금융위기때 미국 달러화 대신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해 나가기로 협의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위안화의 국제화'에 재시동을 거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일(현지시간) 피지 난디에서 열린 '아세안+3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M) 공여시 역내통화 활용은 현행 공여방식에 추가로 CMIM을 강화시키기 위한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다"는 문구가 담겼다. 치앙마이 이니셔티브는 다자간 통화스와프 협정을 뜻한다. 지난 2000년 태국의 치앙마이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한중일 3국 재무장관회의에서 1997년 금융위기를 겪은 아시아 지역의 금융안정망 확보를 위해 설립됐다.
결국 달러 이외의 통화가 역내 국가에서 발생한 금융위기의 긴급 소방수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구체적인 통화가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통화의 위상으로 보았을 때 위안화나 엔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번 협정문 개정 시도는 중국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ADB 총회의 의장은 중국과 태국이다. 이번에 회의에 참석한 첸 위루 인민은행 부총재는 '위안화의 국제화'를 주도해온 사람 중 한명이다. 2012년 한국은행과 한중 수교 20주년 행사 때도 '위안화의 국제화 전략'이란 주제로 발표하기도 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중국이 오래전부터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해왔다"며 "1차적으로 동아시아 쪽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텐데, 그 첫번째가 CMIM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일본도 동조하는 분위기다.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위안화의 구제화를 노리는 중국이 주도해 금융안정망을 정비하는 것이지만, 엔화의 결제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 측은 "위안화, 엔화가 들어가면 원화도 빠지지 않도록 협의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위안화의 국제화'의 갈 길은 아직 멀었다는게 중론이다. 일단 이번 협의문은 '가이드라인'으로 실현되기까지는 5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유상대 한국은행 국제담당 부총재보는 "논의를 시작하자는 합의에 불과하다"며 "실제로 CMIM 약정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상당히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위안화의 국제자금결제 비중은 1.1%로 전세계 8위에 불과해 45.5%를 차지하고 있는 달러화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최근 중국 경기가 둔화되고,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면서 중국의 '위안화 굴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난디 (피지)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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