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종합2보]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 쇼크…기준금리 인하 카드 나오나
입력 2019-04-25 14:33 
25일 서울 중구 삼성본관 한국은행 임시본부에서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제공 = 전종헌 기자]

올해 1분기 중 한국경제가 2008년 4분기(-3.3%) 이후 가장 낮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은 예상한 것보다 더 큰 '쇼크' 수준이라며 경기둔화 우려 확대와 향후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과도한 경계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며 시장의 이런 우려를 진화하고 있다.
25일 한은이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 속보치'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총생산은 전기 대비 0.3% 감소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경제가 1분기에 직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이다. 시장은 예상보다 부진 폭이 크다며 경기둔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임혜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등 이미 발표된 월간 경제지표를 감안하면 1분기 성장률이 지난 분기보다 하락할 것이라는 점은 예측 가능했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하락 폭이었는데 예상보다 부진 폭이 커 당분간 경기둔화 우려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하반기 대외여건 개선과 수출회복 등이 경기 하방을 지지할 전망이나 회복여력은 제한적이라는 견해"라고 밝혔다. 또 "기준금리 인하 등 추가 경기부양 카드가 고려될 수 있다"고도 판단했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는 설비투자 감소가 꾸준히 이어지고 성장 동력인 수출까지 부진해 경제성장의 모멘텀이 약화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설비투자는 전기 대비 10.8% 감소해 외환위기 이후 21년 만에 가장 부진했다. 설비투자 감소는 기업의 투자→고용→소비→소득증가→투자확대로 이어지는 경제의 선순환 체계 조성에 악재로 작용한다. 경기둔화 우려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올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낸 상황에 대해 "당초 예상보다 대내·외 여건이 더 악화되고 하방 위험도 확대돼 조금이라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며 추경의 조속한 통과를 국회에 부탁했다.
다만, 홍 부총리는 "현재 우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1분기 보다는 2분기,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더 나아질 것으로 보여진다"며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했다.
수출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부진으로 1분기 수출은 전기보다 2.6% 줄어 2017년 4분기(-5.3%) 이후 5분기 만에 가장 크게 감소했다.
민간소비는 직년 분기 대비 0.1% 증가했지만 2016년 1분기(-0.2%) 이후 12분기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정부소비 역시 0.3% 늘었지만 2015년 1분기(0.0%) 이후 16분기 만에 가장 낮았다.

건설투자는 전기 대비 0.1% 감소해 지난해 3분기(-6.7%) 이후 2분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에 대해 시장은 예상 밖 쇼크라는 반응이지만 한은은 과도한 경계감은 가질 필요가 없다며 성장세가 예상한 경로대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한은은 올해 한국경제가 연간 2.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영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날 1분기 실질 GDP 브리핑에서 "1분기 성장률이 시장의 예상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라면서도 "현재 우리경제에 대해 과도하게 비관적인 생각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국장은 환경관련 규제에 따른 디젤 수입차 제한 조치와 이로 인한 운송장비 투자 지체, 직전 분기 정부부문에서 군수장비 투자가 많아 기저효과가 발생한 점 등을 들어 "기저효과 등 일시적이고 이례적인 요인이 (마이너스 성장률에) 상당히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전망한 연간 2.5% 성장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박 국장은 정부부문의 성장기여도는 1분기 마이너스로 전환됐지만 민간부문의 성장기여도가 플러스로 돌아서고, 정부부문의 예산이 연간단위로 배정되고 집행되기 때문에 1분기에 집행하지 않은 예산이 그 이후 사용된다는 점, 반도체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전문가 의견이 많다는 점을 소개하며 "대체로 2.5% 성장경로를 유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시장에서는 한은의 진단과 달리 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며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영화 교보증권 연구원은 "1분기 성장률 발표치는 낮은 기대치에도 미달하는 수준"이라며 "예상을 크게 밑도는 점을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4%로 하향 조정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건설투자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IT 부문 업황 둔화로 설비투자 리스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로 갈수록 정부의 소비여력이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지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금리인하 기대감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기존에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에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했으나 1분기 성장률 쇼크를 감안해 오는 10월 수정경제전망 이후 11월 금리인하를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국 성장률을 2.3%로 예상한다"면서 "정부 추경 효과도 소득재분배 목적이기 때문에 크지 않을 듯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은 긴축을 뒤로 미루고 중국은 유동성 공급을 늘리는 반면, 한국은 기존의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 관점에서 한국이 미국이나 중국 대비 회복속도가 더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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