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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구단 SK’ 이미지 날려버린…‘염갈량의 남자’ 강승호
입력 2019-04-25 07:56  | 수정 2019-04-25 08:29
SK와이번스 내야수 강승호가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입건됐다. 강승호는 이를 구단에 바로 알리지 않고, 퓨처스리그 경기에 뛰다가 언론 취재를 통해 적발됐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그걸 알 수 있겠습니까.”
24일 밤 전화로 연락이 닿은 SK와이번스 관계자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 미꾸라지 같은 한 선수의 일탈에 그 동안 철옹성처럼 구축된 청정 구단 이미지도 날아가 버렸다.
미꾸라지는 내야수 강승호(25)다.
강승호는 지난 22일 새벽 2시 30분경 경기도 광명시 광명 IC 부근에서 도로 분리대를 들이 받는 사고를 냈고, 현장 출동한 경찰이 확인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0.089%의 면허정지 수준의 상태였다. 천만다행인 게 인사사고가 없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최근 음주운전에 대한 엄벌을 내리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음주를 하고 운전대를 잡았다는 것 자체만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많다.
더구나 강승호는 이를 구단에 바로 알리지 않고 경기에 나서기까지 했다. 지난 15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뛰었다. 사고 다음날인 23일 경산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퓨처스리그 경기에 선발 출전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안타도 때리고, 도루도 했다.
염경엽 SK 감독은 24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강승호를 25일 1군에 콜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독도 프런트도 모두 몰랐기에 강승호를 전력의 한 옵션으로 생각하고 밝힌 것이다.

강승호의 침묵은 결국 음주운전 사실을 인지한 한 언론사 취재로 밝혀지게 됐다. 삼성과의 경기 시작 후 구단 관계자가 음주운전 입건 여부를 확인받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구단도 알게 된 것이다. 염경엽 감독은 클리닝 타임 때 이를 전달했다.
강승호의 행동은 두 가지 부분에서 SK에 큰 타격을 입혔다. 먼저 지난해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LG소속이었던 강승호를 투수 문광은(32)과 1대1 트레이드로 SK에 데려온 이가 바로 염경엽 감독이라 그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고, 두 번째로 클린구단 이미지가 강승호 한 명 때문에 훼손된 것이다.
강승호는 지난해 SK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는 데 있어 주역 중 한 명이다. 이는 당시 단장이었던 염경엽 감독이 주도한 트레이드로 SK가 내야보강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LG에서 자리를 못 잡던 강승호는 SK로 오자마자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펄펄 날아다녔다. 내야가 약한 SK 고민도 해결됐다.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감독에 취임한 염 감독의 구상에도 강승호는 핵심이었다. 마무리 캠프 때부터 유격수 훈련을 받는 등 공을 들였다. 1군 말소 기간인 10일이 지나자마자 강승호를 올리려 했던 것만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감독의 총애를 받는 일명 ‘염갈량의 남자중 하나였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숨기고, 경기에 나서려 했던 점에서 감독은 물론, 코칭스태프, 팀 동료, 프런트와의 신뢰 관계까지 무너뜨렸다.
SK의 이미지 실추도 마찬가지다. SK는 숱하게 일어났던 야구계 사건·사고에서 외부자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청정 지대였다. 이는 SK 구단 자체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두 번, 프런트와 코칭스태프가 관련 교육을 실시한다. 특히 음주운전과 성 문제, 도박, 인종차별 등 4가지에 대해서는 강조를 해왔다. 강승호도 사고 후 절차를 몰랐을 리 없다.
SK는 KBO 상벌위원회 결과가 나오는 대로 자체 징계절차에 돌입할 태세다. KBO 클린베이스볼 규정에 따르면 '음주 접촉사고'는 90경기 출전 정지로 정해져 있다. 강승호의 징계는 사실상 최소 90경기 출전 정지다. 하지만 구단 측은 중징계를 예고하고 있다. 90경기 출전 정지 이상이면 사실상 퇴출이나 마찬가지다. 선례도 있다. 지난 2월 스프링캠프 기간 중에 선수의 카지노 출입으로 비난을 받았던 LG는 윤대영이 음주운전에 입건되자, 바로 임의탈퇴로 공시했다.
염갈량의 남자로 감독은 물론 구단 전체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았던 강승호는 이제 야구선수로서의 미래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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