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달고나·땅따먹기…추억의 간식과 놀이에 빠진 사람들
입력 2019-04-18 16:58  | 수정 2019-04-18 17:01
‘봄이 찾아온 그때 그 놀이’ 행사 입구. [사진 = 노경민 인턴기자]


봄 기운이 완연했던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용인 한국민속촌. 화창한 날을 맞아 평일이지만 관람객들이 꽤 많이 눈에 띈다. 이들은 '봄이 찾아온 그때 그 놀이' 축제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다. 지난해 겨울 이곳에서 열린 '추억의 그때 그 놀이' 2탄격인 이 행사는 2000년대 이전 성장기를 보냈던 사람들이라면 누구가 경험해봤던 놀이와 먹어봤음직한 음식들을 재현해 호평을 받았다.
맛나는 달고나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장도 마련됐다. 기자가 직접 만든 돼지 모양의 달고나. [사진 = 노경민 인턴기자]

행사는 추억의 주전부리, 이벤트, 팝업스토어, 체험 등 4가지 컨셉으로 구성돼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역시 사람들이 제일 몰렸던 장소는 '달고나' 코너였다. 입구부터 늘어선 작은 책가방들의 행렬. '요즘 아이들도 달고나를 알까'하는 신기한 마음에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는데 대답이 의외다. 초등학교 앞에서도 달고나를 가끔 판다고. 그때나 지금이나 '초딩'들의 입맛은 쉽게 변하지 않는가 보다. 설탕을 가득 넣은 달고나 국자를 뜨거운 불판 위에 올려놓고 부지런히 젓다가 '소다'를 넣으면 추억의 달고나 완성. 집에 있는 국자 다 태워 먹고 어머니한테 혼났던 기억이 떠오를 정도로 완벽하게 추억을 재현한 맛이었다.
달고나 바로 옆 또 다른 주전부리 '솜사탕'. 그런데 색깔이 이상하다. 예전 솜사탕은 하늘색과 분홍색만 있었던 것 같은데 포도, 오렌지, 멜론, 딸기 등 색깔이 굉장히 다양했다. 시대가 변하니 솜사탕 만드는 법도 조금 달라진 듯했다. 당시에는 솜사탕 아저씨가 직접 두 손으로 나무젓가락을 기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솜에 360도 돌리면서 만들었는데, 지금은 스스로 회전하는 기계가 있어 훨씬 간편해진 모양이다. 옛 감성을 그대로 살리면서 신기술이 접목된 순간이다.
그렇게 한창 추억의 맛에 빠져 있을 즈음 저 멀리 소란스런 소리가 들린다. 행사장 정중앙에 위치한 '추억의 라디오' 부스.
80년대 TV에서 나온듯한 DJ가 신청자의 사연을 읽어주고, 선곡된 노래를 열창한다. 듣다보니 민속촌 행사장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굉장한 실력에 깜짝 놀랐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뭔가 이상한 낌새가 든다. 입과 소리가 잘 맞지 않아 보였다. '립싱크'를 하고 있었던 것. '그럼 그렇지' 뭔가 속은 느낌이 들었지만 축제이기에 용납되는 귀여운 퍼포먼스에 웃고 넘기게 된다.
추억의 문방구에서 볼 수 있는 ‘아폴로, ‘차카니 등의 다양한 군것질거리. 안창주 인턴기자가 랜덤 뽑기를 하고 있다. [사진 = 노경민 인턴기자]

옛 추억을 되살리는 다양한 주전부리, 립싱크 DJ의 익살, 여기에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오래된 '문방구'였다. 창문에 대문짝만하게 적힌 '학용품', '문구류' 글자. 학창 시절 집처럼 다녔던 문방구가 생각났다. 얼마 안 되는 용돈을 아껴 사먹었던 '아폴로', '별뽀빠이', '맥주 사탕' 같은 불량식품들. 문방구 안 30년도 더 돼 보이는 오래된 광고지, 친구들과 함께 치던 구슬들. 그때 함께 놀던 친구들은 지금 뭘 하며 지낼까. 옛 물건 하나하나에 잠시 취재를 잊고 추억에 잠겼다.
또 줄팽이, 땅따먹기 등 옛날 놀이도 체험할 수 있었다. 한복을 입은 두명의 꼬마 아이들은 서로 신난다며 치마를 살포시 들고 "엇차! 엇차!"하며 뛰어다녔다.
대체로 행사가 만족스러웠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추억의 놀이 코너의 경우 소품의 위치, 놀이 방법을 제대로 설명해주는 안내원도 부족했고, 딱지치기의 경우 지도를 보고 찾아가기 어려운 위치에 있어 구경도 못 해본 손님이 대부분이었다.
한국민속촌이 진행하는 이번 행사는 자유이용권이 아닌 일반 입장권으로도 체험할 수 있다. 일반 입장권의 경우 성인은 2만원, 청소년은 1만7000원, 아동이나 65세 이상 노인은 1만5000원이다. 4월 1일부터 오는 6월 30일까지는 1991년생부터 2000년생까지 일반 입장권을 1만8000원에 판매하는 '웰컴투 청춘' 이벤트도 열린다. 행사 기간은 오는 6월 16일까지다.
[디지털뉴스국 노경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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