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4월 17일 뉴스초점-똑같은 사건에 정반대 판결
입력 2019-04-17 20:10  | 수정 2019-04-17 20:43
똑같은 사건인데 정반대의 판결이 나왔다.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상가를 빌려 가게를 운영하던 두 사람은 임대 계약 기간이 끝나자 건물주로부터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습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이 가게를 접기로 하고 권리금 회수를 위해 다음 세입자를 구해 건물주에게 소개해주지요. 그런데 건물주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거절하더니 그냥 나가 달라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권리금은 단 한 푼도 회수할 수 없는데 말이죠.

상가 임대차 보호법상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해선 안 됩니다. 그 때문에 두 사람 다 소송을 냈는데 어찌 된 게 한 명은 패소, 한 명은 승소했습니다.

똑같은 사건인데 이렇듯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건, 판사마다 법을 달리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쟁점은 임대 계약이 끝났어도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해줘야 하는가인데, 한 판사는 임차인의 권리는 계약 중에만 행사할 수 있다는 법 조항을 들어, 이미 계약이 끝났으니 건물주는 잘못이 없다고, 다른 판사는 임대 계약은 영업 기간을 보장하는 것일 뿐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간은 정해진 게 없기 때문에 건물주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한 겁니다.

아무리 법은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하지만 똑같이 법을 공부하고도 이렇게까지 차이가 난다면 이 사회의 기준을 '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헌법 103조에 의하면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심판한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선 '판사의 양심'은 빼고, 법관은 독립적이며 법률에만 기속된다고 돼 있습니다. 판사의 개인적 판단이 아닌, 오직 법으로만 판단을 해라 이거죠. 그래야 이렇게 같은 사건인데 다른 판단이 나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오늘 이 얘기를 하는 건 판사를 탓하고자 해서가 아닙니다. 판사도 신이 아닌 사람이기에 생각과 성향, 환경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고, 때문에 그 모든 걸 양심이란 단어로 허용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좀 더 명확한 근거가 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단 거지요. 그러고 보면,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미비한 법을 제대로 개선하지 못하고 싸움질만 하고 있는 국회에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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