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스닥 지름길` 무색…"이전상장 접었어요"
입력 2019-04-16 17:59  | 수정 2019-04-16 19:25
◆ 외면받는 모험자본시장 ◆
코스닥시장으로의 이전상장을 추진했던 코넥스 기업들이 올해 줄줄이 철회에 나서면서 코넥스가 코스닥으로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의 기능을 잃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넥스 상장 기업들 가운데 올해 코스닥 이전상장을 철회한 곳은 4곳이었다. 이들 가운데 3곳은 작년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가 올해 이를 철회했다. 1곳은 올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이후 2개월 만에 철회에 나섰다.
코스닥 이전상장을 위해 예비심사를 청구한 코넥스 기업 수는 2017년과 2018년 각각 15곳이었고 올해는 16일 기준 4곳을 기록했다. 젠규릭스, 알로이스는 심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미디어젠이 청구 예정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엔에스컴퍼니는 지난 1월 심사를 청구했다가 이미 철회한 상태다.
코스닥 이전상장을 스스로 철회한 기업은 2017년 2곳, 2018년 1곳이었는데 올해는 상반기가 지나기도 전에 2배 이상 늘어났다. 이전상장 미승인을 받은 기업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없었다.
코스닥 이전상장을 추진하던 코넥스 기업 노브메타파마는 지난 3월 말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철회했다. 노브메타파마는 당뇨병치료제와 비만치료제 등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노브메타파마는 지난해 3월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고 4월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으나 통상 3개월가량 걸리는 예비심사가 1년 가까이 지연되자 이를 철회했다.

또 코넥스시장 대장주인 툴젠은 작년 8월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으나 최대주주인 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가 국가지원으로 개발한 유전자가위 크리스퍼 원천기술을 가로챘다는 논란이 나오면서 상장예비심사가 연기됐고 지난 1월 말 결국 자진 철회했다. 툴젠은 2015년과 2016년에도 코스닥 이전상장을 시도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스닥 이전상장이 가능할 수 있는 기업들도 각종 논란에 대한 우려로 코스닥시장에서 받아주기를 주저하는 경우가 있다"며 "코넥스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더 많은 기업들이 코스닥시장으로 이전상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리거나 미국이나 중국의 기술기업 중심 시장에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코넥스시장에서 코스닥시장이 아닌 미국 나스닥 상장이나 중국 창업판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들도 나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툴젠의 경우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나스닥 상장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 바 있다.
이 밖에 로봇업체 로보쓰리도 작년 12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가 지난 1월 이를 철회했다. 로보쓰리는 성장성 특례방식으로 상장을 신청했으나 현재 상황에서는 사업성 판단에 어려움이 있어 이를 보완한 후 다시 상장하겠다고 했다.
[정슬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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