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4월 11일 뉴스초점-뽑은 사람들이 내려오라는데…
입력 2019-04-11 20:05  | 수정 2019-04-11 20:40
'잘못 뽑아서 죄송합니다.' 지난해 말 해외연수 중 가이드를 폭행하고 여성 접대부까지 요구해 물의를 일으킨 경북 예천군의회, 기억하시지요.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긴커녕 거짓말로 무마하려는 이들의 행태에, 온 국민의 비판은 물론 그 지역 농산물 불매운동까지 일자, 군민들이 대신 사과를 했습니다. 애초에 그런 사람들을 뽑은 자신들이 잘못했다면서요.

당시 윤리위원회는 직접 가해자인 두 명은 제명, 책임자인 의장은 공개사과와 30일 의회 출석정지 처분을 내렸는데…. 사실, 이를 두고도 '셀프 징계'란 비난이 일었었습니다. 현장에서 보고도 못 본 척, 알고도 모른 척한 나머지 의원들에겐 아무런 징계도 내리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게 끝이었으면 그나마 다행이었을까요.

최근 제명 처분을 받은 의원 두 명이,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거든요. 한 명은 '접대부를 요구만 했지 실제 간 것도 아닌데 그게 그렇게 큰 죄냐'며 억울하다고 했고, 폭행 당사자는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은 채 법으로 해결하겠다는 식입니다.

당연히 각종 인터넷 게시판엔 비난의 글이 쇄도하고 있습니다만, 딱 한 곳, 예천군민들은 오히려 화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비판하고 나서면 더 많이 알려져서 그때보다 더 많은 피해를 볼까 두렵다는 거지요. 죄는 의원들이 짓고 군민들만 냉가슴을 앓고 있는 겁니다.

'이런 게 한국이구나.' 의원에게 폭행을 당한 가이드의 말입니다. 가해자는 뻔뻔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데 오히려 피해자인 자신은 실업자가 돼 또 다른 피해를 당하고, 이를 지켜보는 주민들은 생계가 걸려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이게, 지금의 한국 사회란 거지요. 이 또한 이런 사회를 만든 우리 국민 모두의 잘못일까요.

'앞으로 자숙하면서 새로운 마음과 자세로 봉사하겠습니다.' 폭행 당사자인 의원이 지난해 공식 사과하면서 한 말입니다. 하나만 묻겠습니다. 진정 군민들이 수치스러워하는 대표자가 그렇게 되고 싶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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