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올해도 갈 수 없는 북녘 고향
입력 2008-09-12 09:35  | 수정 2008-09-12 17:56
【 앵커멘트 】
매년 추석이면 임진각 망배단에서는 실향의 아픔을 나누는 망향 제가 열리는데요.
고향에 갈 수도, 그렇다고 부모형제를 만날 수도 없는 실향민들의 안타까운 심정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HCN동작방송 박상학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고향이 있고, 부모형제가 살고 있는 북녘 땅.

실향민들에게는 바라만 봐도 그리움이 사무치는 곳입니다.

동작구 실향민 200여 명이 추석을 앞두고 임진각에서 고향 잃은 슬픔을 함께 달랬습니다.

▶ 인터뷰 : 양봉석 / 이북5도민 대표
- "자식 도리 한 번 못하고 죄송합니다."

오늘만은 울지 말아야지 다짐했건만.


이종희 할머니의 눈시울은 어느새 붉어집니다.

꽃다운 나이 스무 살에 전쟁으로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할머니는 이제 주름살 가득한 노인이 됐고.

유명을 달리하셨을 부모님을 생각하면 효도 한 번 못한 서러움이 북받쳐 참았던 눈물이 터집니다.

▶ 인터뷰 : 이종희 / 실향민
- "58년 세월이 갔으니 너무 분하고 그래요. 식구들이 다 북에 있어요. 7남매에서 5남매가 넘어와서 다 세상 뜨고 나 하나만 남아있어요."

정신없이 피난 길에 올라 3일이면 다시 고향 땅으로 돌아갈 줄 알았다던 김문철 할아버지.

그 3일이 30년이 지나고 이제 60년이 돼 가면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습니다.

그리운 고향 땅을 한 폭의 그림처럼 기억으로만 간직할 뿐입니다.

▶ 인터뷰 : 김문철 / 실향민
- "고향에 한 번 가는 것이 소원입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세상 사는 것은 정말 간절히 원하는 것이."

최근 남북관계가 다소 경직된 탓인지 올 추석 망향제는 예년보다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습니다.

그렇지만, 살아생전 고향 땅을 밟고 싶은 소망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 스탠딩 : 박상학 / HCN 기자
- "남과 북을 반으로 나눈 녹슨 철조망. 이날 임진각을 찾은 실향민들의 아픔의 크기와 비교하면 너무나 볼품없고 가늘게만 보입니다. HCN뉴스 박상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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