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가 현지시간으로 4일 아프리카 식민통치 시기 혼혈아 수천 명을 부모로부터 납치, 분리·격리, 강제 입양시킨 과거사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이 전했습니다.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는 이날 오후 수도 브뤼셀 소재 벨기에 의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과거 벨기에가 콩고민주공화국과 부룬디, 르완다를 식민통치하던 시기에 자행했던 이 같은 행위를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습니다.
미셸 총리는 "벨기에가 식민통치하던 아프리카 곳곳에서 혼혈아와 그 가족들을 겨냥한 격리 시스템이 벨기에 정부에 의해 유지됐다"면서 "연방정부의 이름으로 나는 혼혈아를 표적으로 한 분리정책과 납치 정책이 있었음을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미셸 총리는 이어 "연방정부의 이름으로, 나는 벨기에 식민통치 시대의 혼혈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그와 같은 부당한 조치와 그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습니다.
벨기에가 아프리카 중부 식민통치 시기 유발한 피해에 대한 공식적인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날 미셸 총리의 발표는 혼혈인 수십명이 방청석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이뤄졌습니다.
한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벨기에는 이들 아프리카 국가 식민통치 시대 말기인 1959∼1962년 벨기에 백인 남성과 아프리카 흑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 수천 명을 강제로 가족에게서 분리해 보육원이나 가톨릭교회 등에서 운영하는 시설에 수용했으며, NYT는 그 수가 1만∼2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습니다.
NYT는 인종 분리 차별정책은 벨기에 식민통치를 떠받치는 기둥 중 하나였으며, 당시 벨기에 정부에 있어 혼혈 아동들은 이 같은 분리정책을 약화하고 백인 인종의 위신에 흠집을 내는 존재로 여겨졌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벨기에 당국은 1869∼1870년 캐나다에서 혼혈인들이 반란을 일으켜 지방 정부를 전복한 '레드강 반란'이 반복될까 우려해 콩고의 혼혈 아동들을 가족은 물론 아프리카 흑인들에게서 분리할 것을 지시한 것이라고 NYT는 전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