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백정현 대표 "한국은 럭셔리 브랜드의 트렌드세터"
입력 2019-04-04 13:32  | 수정 2019-04-04 14:06
[사진제공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입장에서 한국은 트렌드세터(trend setter, 유행 선도자)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한국 소비자들의 원츠(wants)와 니즈(needs)를 파악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백정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는 지난달 28일 킨텍스(경기도 고양)에서 열린 2019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에서 한국 시장의 중요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2019 서울모터쇼에는 폭스바겐, 아우디, 롤스로이스,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지난 3월 열린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 부스를 마련한 유럽 프리미엄·럭셔리 브랜드들이 참가하지 않았다.
반면 재규어 랜드로버는 디트로이트·파리·프랑크푸르트 모터쇼와 함께 세계 4대 모터쇼라 부르는 제네바 모터쇼에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서울모터쇼에는 전시장을 마련했다.
백 대표는 "제네바 모터쇼에 참가하지 않았던 재규어랜드로버가 서울모터쇼에 나온 것도, 월드 프리미어인 레인지로버 벨라 SV오토바이오그래피 다이내믹을 출품한 것도 본사가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단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전시 품질도 우수하다. 레인지로버 벨라 SV오토바이오그래피 다이내믹을 세계 최초로 내놓은 것은 물론 2011년 처음 출시된 이후 8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된 뉴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부분변경 모델인 재규어 XE도 아시아 최초로 선보였다. 고성능 럭셔리 전기차인 재규어 I페이스도 출품했다.
재규어랜드로버가 2017 서울모터쇼 때보다 수입차 브랜드 참가율이 저조해지고 수입차 브랜드들이 내놓는 '최초' 모델도 줄어들면서 위축됐던 2019 서울모터쇼에 활기를 불어넣어준 셈이다.
백 대표는 '비스포크(고객 주문 제작 시스템)'를 국내 도입할 의향도 밝혔다. 비스포크는 대량 생산 시스템이 아닌 맞춤형 주문 제작 시스템이라 고가의 차량을 판매할 수 있는 프리미엄·럭셔리 브랜드의 전유물처럼 여겨진다. 또 럭셔리 브랜드라고 모두 비스포크를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수작업 노하우를 갖춰야만 가능하다.
현재 비스포크는 영국 럭셔리 브랜드들이 주도하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비스포크, 벤틀리는 뮬리너, 재규어랜드로버는 스페셜 비이클 오퍼레이션(Special Vehicle Operation·이하 SVO)이라는 주문 제작 시스템을 갖췄다.
백 대표는 "재규어랜드로버 SVO는 고객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가격이 너무 비싸지지 않도록 베이스 모델이 된 차량보다 가격이 20~30% 오르는 수준에서 비스포크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SVO는 클래식카 복원 서비스에도 일가견이 있다. SVO 산하 클래식 부서는 재규어랜드로버 클래식 모델을 해체·재제조·조립하고 수리·점검할 수 있는 클래식 작업장(Works)을 영국 코벤트리에 보유하고 있다. 작업장은 1만4000㎡ 규모에 54개의 작업 공간과 전용 전시실로 구성됐다.
백 대표는 클래식카 복원 서비스 도입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에서도 클래식카 기반이 있지만 차량을 복원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은 부족하다"며 "다만 클래식카는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버킷 리스트로 국내 소비자들이 클래식카를 경험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들이 제기한 서비스 문제도 적극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재규어랜드로버는 2010년대 들어 판매대수가 급증했다. 재규어랜드로버가 국내 출범한 다음해인 2009년에는 판매대수가 1300여대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9975대로 1만대에 근접했다.
2016년에는 1만4399대, 2017년에는 1만4865대, 지난해에는 1만5473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SUV 대세에 힘입은 랜드로버는 3년 연속 1만대를 돌파하는 성과도 거둬들였다. 그러나 판매 급성장에 비해 서비스 인프라는 부족, 서비스 품질 문제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녀 브랜드 가치를 훼손시키는 것은 물론 판매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백 대표는 "재규어랜드로버가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다 보니 서비스에 문제가 생겼고 고객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인정한 뒤 "올해는 지난해보다 30% 이상 서비스 인프라를 늘려 한 달에 2만대 이상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고객의 서비스 요청이 발생할 경우 외주 직원이 아니라 기술 전문가(technician)이 진단장비를 가지고 출동할 계획"이라며 "고객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멤버십 제도도 올 상반기에 출시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재규어랜드로버는 지난해 말부터 서비스 인프라 확충과 품질 개선에 전사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PDI(출고 전 차량 점검)센터에 실내 보관동을 건립해 초기 품질 모니터링, 출고 전 차량 점검 및 업데이트 과정을 개선했다.
올해 말까지 10개의 서비스센터를 확충, 총 37개의 서비스센터를 갖추고 서비스 테크니션 및 직원의 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지난달 초에는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 '한국형 레몬법'을 1월1일 이후 계약된 차부터 소급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한국형 레몬법은 자동차가 인도된 날로부터 1년(또는 주행거리 2만km) 이내에 중대 하자로 2회(일반 하자는 3회) 이상 수리 후 동일 문제가 재발하면 제조사에 신차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백 대표는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한국형 레몬법에 따라 하자 발생 때 신차 교환 및 환불을 보장하는 서면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 완성도가 떨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관계부처와 협의해 미비점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재규어랜드로버는 신차 판매, 애프터서비스, 자동차 금융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비타민'이자 그 자체로도 수익성을 갖춘 인증 중고차 사업도 강화한다.
인증 중고차는 수입차 브랜드가 보유한 애프터서비스를 통해 품질을 보증해주면서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고차를 파이낸셜 프로그램을 통해 판매한다. 중고차 딜러들이 판매하는 중고차보다 품질과 서비스가 우수하기 때문에 '명품 중고차'라고도 부른다.
수입 인증 중고차 시장의 강자는 BMW(2005년 진출)와 메르세데스-벤츠(2011년 진출)다. 인증 중고차 사업 후발주자인 재규어랜드로버도 인증 중고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사업 시작 첫 해인 2014년에는 61대를 팔았을 뿐이지만 지난 2016년에는 733대를 판매했다. 2017년 판매대수는 2400여대로 전년보다 227% 증가했다. 인증 중고차 전시장도 2016년 7곳에서 지난해에는 12곳으로 늘었다.
백 대표는 "자동차 선진국에서는 딜러십 비즈니스가 신차·중고차·서비스 삼각 체제로 균형을 유지한다"며 "인증 중고차 사업은 새로운 고객을 창출시켜주고 기존 고객이 보유한 차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시켜주기 때문에 브랜드 영속성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성장세에 걸맞도록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더 공을 들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CSR은 디자인에 초점을 맞췄다. 재규어가 다른 브랜드보다 앞선 분야가 디자인이라고 판단해서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지난 2016년부터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디자인 공모전 '재규어 카 디자인 어워드'를 진행하고 있다. 이 행사는 본사에서도 주목한다. 세계적인 카디자이너이자 재규어 디자인 총괄 디렉터인 이안 칼럼이 심사와 강의를 위해 이 행사에 참석할 정도다.
백 대표는 "CSR은 누구나 하는 게 아닌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진행해야 효과적"이라며 "재규어는 디자인 측면에서 남들보다 앞서 있다고 판단해 4년 전 이안 칼럼에 카 디자인 어워드를 제안했다"고 알려줬다.
백 대표는 향후 신차 출시 계획에 대해 "올 연말에 풀체인지에 가깝게 진화한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출시할 예정"이라며 "내년에는 랜드로버 역사 그 자체인 '디펜더'를 한국에서 처음으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디펜더는 1948년 랜드로버 출범과 함께 등장한 정통 오프로더다. 지프 랭글러,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와 함께 오프로드 마니아들의 '로망'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에서는 인증 문제로 공식 출시되지 않았다. 지난 2016년에는 안전·배기가스 규제 강화로 생산이 종료됐다.
신형 디펜더는 오는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뒤 내년 초부터 판매에 들어간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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