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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리틀 드러머 걸’ 박찬욱 “고된 도전, ‘대중의 신뢰’ 떠올리며 버텨”
입력 2019-04-01 07:01 
박찬욱 감독은 힘든 도전일수록 배울게 많다며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제공|왓챠플레이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한국 프로듀서들에게 농담으로 이야기해요. 이제 나는 다 할 수 있다고. 적은 예산으로 빨리 찍기도요. 하하!”
박찬욱 감독(56)은 생애 첫 드라마 연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좋은 작품이라면, 자신이 지향하는 무엇과 통하는 지점이 있다면 언제든 다시 도전하고 싶단다.
지난해 영국 BBC와 미국 AMC를 통해 방영된 ‘리틀 드러머 걸은 스파이물의 대가 존 르 카레의 동명소설이 원작인 6부작 첩보 로맨스 스릴러.
첫 1,2회는 다소 복잡하고 어렵게 느끼실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크게 관심 갖는 역사적 배경도 아니고, 다양한 인물들이 불친절하게 소개되니까요. 흩어져 있는 퍼즐을 하나하나 맞춰가는 게 묘미라 그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조금은 인내심이 필요해요.(웃음) 새로운 결이라 낯설긴 하겠지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신선한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리틀 드러마 걸은 1979년 이스라엘 정보국의 비밀 작전에 연루돼 스파이가 된 무명 배우 ‘찰리와 그녀를 둘러싼 비밀 요원들의 이야기다. 현실 세계의 스파이로 캐스팅된 모험심 강한 ‘찰리(플로렌스 퓨)와 정체를 숨긴 채 그녀에게 접근한 비밀 요원 ‘가디 베커(알렉산더 스카스가드), 그리고 이 모든 작전을 기획한 정보국 고위 요원 ‘마틴 쿠르츠(마이클 섀넌)의 심리전이 차별화된 관전 포인트.
하루 10시간씩 꼬박, 6부작 전체를 81회 차에 찍었다”는 박찬욱 감독은 무조건 빨리 찍어야 했다. 해외 촬영이 이어지다 보니 중간에 새로운 크루가 합류해 다시 합을 맞춰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예상치 못한 난관들이 많았다. 매순간 마음을 졸였지만 배울 게 많았던 작업이었다”고 회상했다.
찍는 동안 모니터를 재생해 보지 않았어요. 다시 볼 여유가 없으니, 현장편집도 당연히 못했고요. 숨이 넘어갈 만큼 초조한 상황의 연속이었지만 (돌이켜보면) 함께한 김우형 촬영감독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빠르고도 감각적으로 영리하게 움직여줬거든요. 그런 정신없는 여정을 완주하고 나니, 어떤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요즘엔 한국의 프로듀서들에게 ‘난 이제 다 할 수 있다며 자주 농을 던져요.”
너무도 정신없이 찍었던 터라 완성도에 대한 불안감도 컸을 터. ‘충무로의 대표 감독 그리고 ‘믿고 보는 감독이라는 대중의 큰 기대가 부담되지는 않았을까. 박 감독은 그런 기대감 때문에 어떻게든 감독판을 만들어야 했다”며 방송 판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 커 대대적인 수정을 거쳐 감독판을 완성했다. 외국 촬영 중간 중간 힘이 들 때면 한국에 들어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런 대중의 신뢰 때문에 끝까지 치열하게 매달릴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BBC는 폭력에 민감하고, AMC는 노출과 욕설에 예민해요. 제가 좋아하는 건 다 못하는 거죠.(웃음) 그렇다고 이 작품이 폭력적이나 자극적이란 것은 아니지만, 찍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언뜻 언뜻 보이는 게 있어요. 그런 걸 억지로 부자연스럽게 들어내야 하니 아픔이 컸죠. 감독판에서는 그런 제약에서 상당 부분 벗어날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아요.”
이런 어려움에도 해외 작업을 고수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한국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지 않나”라고 물으니, 힘든 도전일수록 배울 게 많으니까”라는 답이 돌아왔다.
새로운 세계, 다른 언어, 다양한 소재가 주는 엄청난 에너지가 있어요. 미지의 시장을 경험하면서 어려움과 두려움을 느끼지만 동시에 그것은 저를 굉장히 긴장시켜요. 몸과 정신이 한없이 피폐해지긴 하지만 끝나고 나면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요. 그 기쁨을 위해 계속 부딪혀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박찬욱 감독의 ‘리틀 드러머 걸은 지난달 29일 왓챠플레이를 통해 한꺼번에 공개됐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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