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와 자금조달 비용 상승 등에 기인해 국제회계기준(IFRS) 국내 8개 카드사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큰 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금융감독원의 회계기준(충당금 적립기준 강화 등)으로는 카드사 실적이 되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지난해 상반기 실적에 이어 또 다시 실적을 놓고 시장(투자자) 혼선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28일 발표한 '2018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IFRS에 의한 카드사 순익은 1조7000억원으로 전년의 2조2000억원 대비 21.5% 수준인 4772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또 신한카드 등 일부 카드사의 충당금 적립기준 변경으로 전년도 순익이 크게 증가한 효과를 제외 시 카드사 순익은 전년 대비 7.4%(1391억원)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2017년 IFRS 기준상 충당금 감소로 충당금 환입액(이익)이 4461억원이 증가했는데, 이 효과를 빼고 실적으로 봤을 때 실제 순익 감소폭은 21.5%가 아니라 7.4%라는 것이다. 금감원은 카드론 복수 차주에 대해 카드사에 충당금을 30% 추가 적립하도록 강화했고 2017년에 이런 감독규정이 반영, 카드사 충당금 비용이 2129억원 증가했다.
[자료 제공: 금융감독원]
금감원은 이날 자료에서 감독규정을 적용한 국내 카드사들의 순익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8개 카드사는 1조4000억원의 순익을 올려 전년의 1조2000억원 대비 12.3%(1511억원) 증가했다.이호진 금감원 여신금융감독국 팀장은 카드사 순익 증가 배경으로 "카드 사용액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영향은 미미했다"고도 덧붙였다.
지난해 말 신용카드 발급매수(누적)는 1억506만매로 전년 말 대비 5.6%(560만매) 증가했다. 신용카드 이용액은 이 기간 627조3000억원에서 664조원으로 5.9%(36조7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카드사 수익 부문별로는 가맹점수수료 수익(6000억원↑), 카드론 수익(4000억원↑) 등 총수익이 1조1300억원 증가했고, 비용 부문에서는 마케팅비용(6000조원↑)과 자금조달비용(2000조원↑) 등 총비용이 9800억원 늘었다.
이상민 금감원 여신금융감독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금감원은 항상 IFRS가 아니라 감독규정에 따라 카드사 실적을 발표해왔다"며 "이번에는 충분한 실적 제공을 위해 IFRS 실적도 함께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카드사 실적과 관련해 질문이 많다"며 "카드사 자체 IR 기준 순익과 금감원 자료와 차이가 많다는 질문이데, 충당금 적립 기준 차이 때문에 실적 차이가 발행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금감원이 카드사 상반기 순익이 50%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하자, 업계는 사실과 다르다며 실적을 두고 시장에 혼선을 빚었다. 당시는 문재인정부 대선 공약인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인하 논의가 한창인 때로,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부담 여력이 얼마나 될지를 놓고 금감원과 카드사 간 갈등이 깊었다. 때문에 금감원이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부담 여력이 많다는 점을 크게 부각하기 위해 실적을 부풀려 발표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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