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터치 한번에 송금 `새롭네`…대출문턱 못 낮춰 `아쉽네`
입력 2019-03-27 18:02  | 수정 2019-03-27 20:01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1호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한 지 2년 만에 금융시장 판도를 바꿨다. 디지털 금융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기존 시중은행이 소홀했던 중금리대출 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다만 예대마진 등 기존 은행 영업방식을 그대로 따라한 것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꼽혔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자산 규모는 2017년 9월 5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9월 12조70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지난달 말 기준 가입자 수는 945만명에 이른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가장 큰 혁신은 '디지털 금융'이다. 송금할 때마다 공인인증서로 끙끙대던 2년 전과 달리 최근엔 '터치(지문 인식)' 한 번으로 가능해졌다. 시중은행도 서둘러 비슷한 서비스를 도입했으나 혁신의 기수 역할을 인터넷전문은행이 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간편송금과 상담챗봇, 공동계좌 등도 인터넷전문은행 출현으로 가능해진 서비스다. 제2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당시 시중은행과 경쟁하려고 애플리케이션(앱)을 하나 출시했는데,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를 보고 '우린 망했다' 싶었다"며 "보수적인 금융회사로선 생각할 수 없는 혁신이었다"고 말했다.
중금리대출 활성화로 4등급 이하 중·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가도 받는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기준 전체 대출 건수 가운데 4등급 이하(자체 등급 기준) 대출 건수가 60%에 이른다. 카카오뱅크는 4등급 이하(KCB 등급 기준) 중·저신용자 대출 건수가 전체에서 3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금융의 본질인 대출 부문에서는 보다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 대출은 '가계대출' 위주다. 애초 중소기업에 자금을 빌려주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내세웠으나 비대면 거래 한계에 막혀 시장을 확장하지 못했다.
가계대출도 중·저신용자를 위한 신용대출에서 시작했으나 점차 담보대출 비중이 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금융에 혁신을 불러일으켰다고 보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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