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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악질경찰` 이정범 감독 "처절하게 준비…세월호 잊혀져선 안돼"
입력 2019-03-26 18:06 
이정범 감독이 세월호 소재를 담은 `악질경찰`을 만든 이유를 밝혔다. 사진|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영화 ‘아저씨의 이정범 감독(48)이 세월호를 소재로 한 첫 상업영화 ‘악질경찰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이정범 감독이 왜 세월호를 작품 속에 녹여냈는지, 인터뷰에서 자신의 진심을 들려줬다.
‘악질경찰은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감고 범죄는 사주하는 쓰레기 같은 조필호가 폭발사건 용의자로 몰리고 거대 기업의 음모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범죄드라마를 그린 작품이다.
이정범 감독은 많이들 궁금해하고 비난하는 분도 있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게 큰 시도이지만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하느냐는 예상했던 질문이기도 해서 당황스럽지는 않다. 일정 부분 예상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다만 그는 제가 맡은 소임이라고 생각했다. 곧 ‘생일이라는 영화도 나온다. 그렇게 논의가 된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2015년 11월 나온 초고, ‘악질경찰이 나오기까지 긴 과정이 필요했다. 주위에서는 이정범 감독을 만류했고, 캐스팅과 제작 과정은 험난했다.

이정범 감독은 사고가 난 후, 인간적인 미안함으로 단원고를 찾아갔다. 어떤 정신분석학자가 세월호 참사를 ‘나라가 국민에게 가한 정신 트라우마라고 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아무도 사과하지 않고 어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말들을 하고 미안하다라. 영화와 상관없이 저도 찾아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곳에서 이정범 감독은 크게 잘못됐다고 느꼈단다. 그는 한 반 전체가 사라졌다.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보다 더 크게 잘못됐다는 걸 느꼈다. 어떤 부모님이 들어오더니 일상적인 것처럼 책상을 닦고 인사를 하고 다른 반으로 가더라.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정범 감독은 세월호 유가족이 발간하는 책자들을 구매했고, 여러 가지 정보들을 모았다. 그러면서 느낀 건 ‘분노였다. 그렇게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악질경찰이 시작됐다. 이정범 감독은 제가 소설가였으면 소설을 썼을 거다. 전 영화감독이라 영화를 찍었다. 문화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고 공론화된다면 좋겠다. 세월호 참사는 잊혀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는 지금도 조사가 진행 중이죠. 그래서 이분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모르면서 직접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딸을 키우고 있는 40대 아빠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요. 제가 잘 하는 게 액션 범죄 장르였고 그래서 장르 영화에 고민을 거쳐 나온게 지금 결과물이죠. 처절하게 준비했습니다.”
이정범 감독이 `악질경찰`의 이선균 전소니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진|강영국 기자

대사 한마디, 액션 동작 하나까지 협의했다. 배우들, 제작진과 함께 최선을 다했다. 이정범 감독은 매 신마다 동의를 구하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그런 작업이 역설적으로 자극을 주고 건드려주길 바랐다. 액션도 멋있게 아니라 처절하게 나오길 바랐다. 무술 감독과 세심하게 연출했고, 지금까지 했던 작업 중에서 배우 스태프들이 가장 밀접하게 연결돼서 작업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정범 감독은 함께 작업한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처음엔 ‘악질경찰을 고사한 미나 역의 전소니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연히 단편 영화를 보고 전소니에게 반해 출연을 제안했다는 이정범 감독은 처음엔 세월호 참사 때문인지 거절을 했다. 이후 다시 기회를 줄 수 없냐고 연락이 왔다. 옳다구나 했다. 인간적으로 신뢰를 쌓고 나니까 의심의 여지 없이 미나였다. 복잡다단한 골들의 감정을 잘 표현해줬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후배이기도 한 이선균과는 17년 만에 함께 작품을 만들었다. 이정범 감독은 이선균에 대해 심오하고 행간을 읽을 줄 아는 배우다. 어려운 연기를 부탁해도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치켜세웠다.
이정범 감독은 목적 없이 찍은 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유가족 아버지에게 폭력적이고 야만적이라 죄송하다고, 혹시 아픈 기억을 복기한 게 아닌지 죄송하다고 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오히려 그런 말하지 말라고 문자를 보내주셨다. 아버님은 훨씬 야만적인 폭력을 겪고 있다고 하시더라”고 고백했다.
비난과 질문을 예상하고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두려웠다면 시작할 수 없었죠. 누군가는 에둘러 할 수 있지 않냐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그렇게 찍게 되면 본질이랑 멀어진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감정을 복기해야만 했고, 극악의 감정으로 가자고 했고, 그래서 표현했어요. 그때 느꼈던 충격을 표현하자고 생각했죠.”
이정범 감독은 어떻게든 세월호 얘기를 하고 싶었다며, 자신이 감독이기에 영화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사진|강영국 기자

영화 ‘아저씨 ‘우는 남자등 작품마다 인생작이라고 생각하며 찍는다는 이정범 감독. 그는 지금은 ‘악질경찰”이라며 사람들이 거짓말로 만든 영화를 보고 감동받을 수 있을까. 저를 속인 적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한 발 나아가기 위해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정범 감독의 작품 대부분은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다 그들의 삶에 손 내밀어 주는 누군가로 인해 변모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기본적으로 속죄, 사죄라는 주제에 천착한다. 모성애도 그렇다. 어떤 분들은 여성을 이용해 개과천선하는 것이라고 한다”며 제게 여성이라는 존재는 구원의 존재다. 개인적인 경험이 들어가 있다. 젠더 감성이 예민할 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개인사가 있어 그렇다”고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이정범 감독에게 ‘악질경찰은 또 다른 분기점”이다. 그는 ‘악질경찰 전과 후의 톤앤매너가 바뀌게 될 것 같다. 다음 작품은 청춘물에 가까울 것 같다. 20대 남자들의 내적 성장담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미소지었다.
세월호 참사는 저의 톤앤매너를 바꿨고 많이 배웠고 단단해졌죠. 풍랑도 만나고 어려움도 있겠지만 원래 가는 곳에 갔으면 좋겠어요. 영화는 극장에 개봉하는 순간부터 제게 아니죠. 자식이랑 똑같아요. 자기가 원하는 자식이 되길 바라는 안 되겠죠. 영화를 찍은 건 저지만, 극장에 걸리는 순간부터 제것이 아니죠. 다만 ‘악질경찰이 관객과 화학작용을 일으켜서, 자기 길을 똑바로 갔으면 좋겠어요.”
skyb184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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